한·일·중 정상회담이 다음달 한국에서 열릴 전망이다. 4년여 만에 개최되는 동북아시아 3국 정상회담에선 북한과 대만 문제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손잡고 중국에 맞서는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0일 “한·일·중 정부가 5월 하순 정상회담을 한국에서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며 “회담 일정은 다음달 26∼27일 전후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일·중 정부는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정상회담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중단된 회의를 재개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은 공조를 통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에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압박하도록 촉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방문길에 나서기 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 그(윤석열 대통령)의 약속이나 결단에서 흔들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서 중국과의 우발적인 충돌 상황 등에 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이 미국과 밀착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어 이번 회담에서 이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이 다음달 20일 공식 취임하는 반중·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의 정책과 관련된 의제를 꺼내들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까지도 3국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수 해양 방출을 둘러싼 갈등, 러시아와 중국·북한의 공조 문제 등으로 마찰을 빚어왔다. 의장국인 한국은 3국 정상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했고, 개최에 소극적이던 중국과의 협의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은 팬데믹 이후 부동산 시장 침체와 높은 청년 실업률 등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제 회복을 위해선 해외 자본을 불러들여야 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각국 경제계에 3국이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북아시아 3국은 역내 평화 정착과 경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에 협력하기로 하고 2008년 정상회담 정례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총리를 대신 내세우며 회담에 불참해왔고,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일·중 간 갈등 격화로 회담이 2012년부터 3년간 중단되는 등 순탄치 않았다. 한국 대법원의 2018년 일제 징용공 배상 판결에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보복이 이어지며 양국이 최악의 갈등을 빚은 여파로 2020년 이후 회담이 다시 한번 중단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