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투표 18세부터 90대까지…배 타고, 목발 짚고 투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서, 권양숙 여사는 김해서 투표 참여
[4·10 총선] "국회 일꾼, 내 손으로 뽑자" 전국서 '한 표' 행사
"농번기와 성어기를 앞두고 다들 바쁘지만 투표는 꼭 해야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전국 254개 선거구, 투표소 1만4천259곳에는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와 대청도·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도 이른 아침부터 도서관과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백령도 투표소에는 노인용 보행기의 도움을 받거나 목발을 짚고 투표하러 온 유권자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모(68)씨는 "일이 많은 시기지만 투표는 꼭 하자는 분위기"라며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관광객도 많이 줄었는데 누가 당선되든 지역 경제를 살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육지 속 섬마을'인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천1리와 2리 주민들은 배를 타고 투표소까지 나와 소중한 한표를 행사했다.

1940년대 화천댐 건설로 육로가 없어진 이 마을 주민 3명은 이날 오전 9시께 구만리 선착장에 도착해, 최전방에 있는 풍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로 향했다.

박봉석(77)씨는 "50여년간 빠지지 않고 투표해왔고 정당을 보고 투표를 할 예정"이라며 "마을도로 포장 등 현안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제주의 부속섬인 '섬 속의 섬' 추자도와 우도, 비양도, 가파도 등 유권자들도 경로당과 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국회 일꾼'을 뽑는 선거에 동참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에는 투표소가 마련되지 않아 81명의 선거인 대부분이 미리 사전투표를 하기도 했다.

[4·10 총선] "국회 일꾼, 내 손으로 뽑자" 전국서 '한 표' 행사
도심 투표소도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치고 휴일을 여유롭게 보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울산 남구 옥동 신정중학교 투표소에는 오전 6시가 되기 전부터 20여명의 유권자가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주로 등산복이나 바람막이 등 편안한 복장으로 투표소를 찾은 중장년층이었다.

이번 선거는 모바일 신분증으로도 본인 확인이 가능하지만, 아직은 실물 신분증을 제시하는 유권자가 대다수였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마리나 3차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차려진 투표소 앞에도 오전 6시 전부터 20여명이 줄을 섰다.

출근하는 사람, 아침 운동을 가는 사람 등 복장과 연령대도 다양했다.

이날 오전 6시 10분께 대구 수성구 만촌1동 행정복지센터에 차려진 제5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황인선(54) 씨는 "대구에서 선거가 재미있을 게 뭐 있겠냐마는 그래도 비례대표에 기대를 걸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가 역대 가장 긴 51.7㎝에 달하는 데다가, 정당이 38개나 돼 헷갈렸다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경기 화성시 동탄7동 방교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윤모(65)씨는 "비례대표 정당마다 이름도 대동소이해 미리 선거 공보물을 꼼꼼히 보고 왔는데도 헷갈렸다"고 전했다.

[4·10 총선] "국회 일꾼, 내 손으로 뽑자" 전국서 '한 표' 행사
선거 교육을 위해 자녀의 손을 잡고 투표소에 온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손자 2명을 데리고 경남 창원시 성산구 삼정자초등학교 투표소로 향한 최정경(65)씨 부부는 "7살 난 손자가 투표하는 걸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함께 나왔다"며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영부인인 권양숙 여사도 사저 인근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 유가읍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쳤다.

대구 달서갑 선거구에 출마한 유영하 후보와 동행한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소감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서 꼭 투표에 참여하셔서 소중한 한표를 행사하셨으면 합니다"라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권 여사는 이날 오전 8시께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인근 한빛도서관 다목적홀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투표용지 훼손 등 소동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6시 50분께 광주 동구 계림2동 1 투표소에서는 중년 남성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찢어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연로한 어머니가 도움을 요청하자 함께 기표소로 들어갔고, 투표 종사자가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고 하자 투표용지를 찢어버려 당국이 관련법 위반과 처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광주 광산구 하남동 행정복지센터 투표소에서는 소음이 문제가 됐다.

바로 옆 경암근린공원에서 무슬림 이주노동자 500여 명이 라마단 행사를 열어 경찰이 음향기기 사용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장아름 강영훈 김선호 김선형 박영서 변지철 손현규 이정훈 임채두 전창해 최재훈 허광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