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들어온 기생생물과 공생하는 정수인 역…"강력한 부끄러움 느끼기도"
'기생수' 전소니 "삶에 지쳐있던 수인…유대감이 성장시켰죠"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이하 '기생수')에서 주연한 배우 전소니에게 아직 시리즈를 안 본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제는 좀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밝고, 당당한 매력이 돋보이는 배우 전소니는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저와 닮은 구석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공개된 '기생수'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한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전소니는 몸속에 들어온 기생생물 하이디와 공생하며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주인공 정수인을 연기했다.

전소니는 "수인이는 하이디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삶에 대한 의욕이 별로 없었다"며 "마트에서 일하는 짧은 장면을 통해 모든 것에 지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기생수' 전소니 "삶에 지쳐있던 수인…유대감이 성장시켰죠"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야 했던 정수인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불행에 익숙하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손에 오만 원권 두 장을 쥐여주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당부했을 때도, 마트에서 만난 진상 고객이 칼을 휘둘렀을 때도, 불행은 역시나 때 되면 돌아오는 것이라고 정수인은 받아들였다.

등에 칼을 맞고, 도와줄 이 하나 없는 어두운 논밭에서 피 흘리며 쓰러져있던 정수인은 숙주를 찾아 몸속으로 들어온 기생생물 덕분에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다.

그리고 하나의 몸을 공유한 채 일정 시간 의식을 나눠 갖는 별종이 된다.

일종의 1인 2역을 소화하게 된 전소니는 "눈앞에 보이지 않는 상대를 상상하며 연기 합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이디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후반 작업을 거치기 전까지는 아예 모르니까, 촬영할 때는 깊이 생각할수록 두렵고, 의문만 쌓였다"며 "머리를 가르고 정체를 드러내는 하이디로 변신하는 연기를 할 때는 강력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기생수' 전소니 "삶에 지쳐있던 수인…유대감이 성장시켰죠"
"수많은 작품을 경험하신 액션스쿨 선생님들조차 하이디 연기를 어색해하셨어요.

얼굴에 초록색 점을 찍고 혼자 상모 돌리는 듯한 움직임을 할 때는 주변에 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앞만 보고 연기했죠. (웃음)"
머리의 절반을 기생생물에게 빼앗긴 채 혼란스러워하던 정수인은 기생생물의 정체를 파헤치는 폭력조직원 출신 강우(구교환)를 만나고, 한 명이 깨어 있으면 다른 한 명은 잠들게 되는 탓에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한 정수인과 하이디는 강우를 통해 서로와 소통하기 시작한다.

전소니는 "강우라는 든든한 친구를 얻게 된 수인이는 이 세상은 혼자 애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고 짚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다시 돌아보고, 누군가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게 사회 안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중요한 과정이라는 것이 작품의 메시지라고 생각한다"며 "수인이 역시 그렇게 한발짝씩 성장해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기생수' 전소니 "삶에 지쳐있던 수인…유대감이 성장시켰죠"
"수인이한테 애정을 갖기 위해서는 작품의 끝까지 기다려야 했어요.

극 초반부 수인이와는 닮은 모습도 없었고, 닮고 싶은 모습도 없었거든요.

어서 수인이가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을 경험하고, 성장하기를 기대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
2014년 단편영화 '사진'으로 데뷔한 전소니는 영화 '여자들'(2017)·'죄많은 소녀'(2018)·'악질경찰'(2019), 드라마 '남자친구'(2018)·'화양연화'(2020), '청춘월담'(2023) 등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전소니는 "모든 것이 유한한 세상에서 누군가의 기억 속에 어떤 캐릭터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며 "이런 소망이 제가 배우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제가 출연한다고 하면 '한 번 보기나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기억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기생수' 전소니 "삶에 지쳐있던 수인…유대감이 성장시켰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