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역대급 혼탁 선거'라는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거대 양당이 끝내 위성정당을 창당하고, 부적격 후보의 출마를 강행하는 의석 수 확보에만 골몰하고, 정책 선거는 실종됐다는 것이다.
경실련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연 '22대 총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실련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연 '22대 총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선거 공보물을 살펴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8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논평했다.

경실련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로 위성정당을 창당했다"고 비판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국 유지키로 했다는 얘기다. 준연동형 비래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에 미치지 못하면 득표율의 50%만큼 의석을 배정하는 제도로, 이번 선거에선 비례대표 전체 의석 수 47석 중 30석에 적용된다. 소수 정당의 득표율에 맞게 의석을 배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을 창당할 명분이 됐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부적격 후보 공천 문제도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난 1월 현역 의원에 대한 부동산재산 및 주식재산, 발의 건수 및 결석률, 입법 성향 등의 조사 결과를 종합해 공천배제 명단(34명) 및 검증촉구 명단(72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양당 공천 시스템에선 이들을 걸러내지 않았고, 상당수가 재출마했다는 지적이다.

양당의 정책이 극단적으로 갈리면서 사회 갈등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실련은 이번 총선의 정당 정책을 비교평가 한 결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내놓은 100개 주요 정책 중 67개 정책이 엇갈린다고 설명했다.

이중 입장이 180도 갈린 정책은 17개에 달했다. 상속증여세 세율 인하, 금융투자 소득세 폐지 등 주요 경제 정책에 더불어민주당은 반대하고, 국민의힘은 찬성했다.

과도한 국회의원의 권한을 견제하는 개혁 정책에는 양당이 모두 반대 의견을 표시해 '구태정치'가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양당은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을 파면 가능하게 만드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같은 정책에는 함께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휘원 경실련 정치입법팀 팀장은 "구태 정치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각 정당이 정책에 대해 어떤 관점을 취하고 있는지 고려해 투표해야한다"며 "선택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꼼꼼하게 정치인을 검증해 현재의 정치 구도를 바꾸고 국민을 두려워하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