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피터 겔브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총감독.  메트오페라 제공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한 피터 겔브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총감독. 메트오페라 제공
지구촌 공연예술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았다. 오페라계는 상처가 더 컸다. 관객 비중이 큰 고령층의 발길이 뜸해지면서다. 피터 겔브 메트로폴리탄오페라단 총감독은 풍전등화의 오페라가 주목하는 인물이다. 그는 2006년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생중계하는 아이디어로 오페라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달 28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메트오페라 사무실에서 겔브 총감독을 만났다. 메트의 공연 무대가 실시간으로 보이는 TV 모니터가 책상 앞에 설치돼 있었다.

겔브 총감독은 “소규모 공연장이나 다른 오페라단은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메트오페라는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며 “‘더 메트 라이브 인 HD’ 서비스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더 메트 라이브 인 HD’는 메트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하는 서비스로 2006년 선보인 뒤 70여 개국, 2000여 개 극장에서 상영되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극장 문이 닫혀버리니 도리가 없었다.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쌓아둔 기부금 가운데 3000만달러를 사용하기도 했다.

겔브 총감독은 관객 연령층이 이전보다 훨씬 낮아진 것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았다. 메트오페라에 따르면 2023년 공연의 티켓 구매자 가운데 76%가 시즌권이 아니라 공연 한 편의 관람권만 구입하는 싱글 티켓 구매자였다. 관객 전체 평균 연령은 50세지만 싱글 티켓 구매자의 평균 연령은 44세였다. 고령층은 오페라 시즌권을, 젊은 층은 오페라 개별 공연의 티켓을 구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겔브 총감독은 “젊은 관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현대극에 비중을 두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는 2023~2024시즌부터 2027~2028시즌까지 17편의 현대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팬데믹 이전엔 시즌당 선보이는 현대극이 3편 이하에 불과했다. 관객이 익숙해하는 베르디와 바그너 등의 작품에 밀리면서다.

그의 실험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영화로도 잘 알려진 ‘데드맨워킹’,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맬컴 엑스의 삶을 그린 ‘X’는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겔브 총감독은 “현대극 관객이 고전극 관객을 능가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 덕분에 메트오페라의 관객도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했다. 3월 기준 유료 관객 비중은 72.6%로 팬데믹 이전인 2019~2020시즌 같은 시기의 71.2%를 넘어섰다.

그는 “팬데믹 이후 우리가 다시 공연장을 열었을 때 오페라의 활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하게 느꼈다”며 “오페라가 유행에서 벗어난 예술 형식이 돼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위험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것”이라며 “변화하지 않는 예술 형식은 반드시 죽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겔브 총감독은 메트오페라를 맡기 전 소니 클래식레이블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그는 “은행과 제조업 등 모든 종류의 산업에서 무적이라고 생각되던 기업들이 실패하고 변화하는 것을 봐왔다”며 “누구도 무임승차권은 없기 때문에 혁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