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집중' 하반기 재정공백 속 민생토론회發 지출약속 산더미
여야 누가 이기든…'묻지마 선거공약' 재정 압박
'3高 파고' 밀려오는데…'포스트 총선' 일괄청구서까지 쏟아진다
이번주 4·10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수많은 정책공약이 대거 검증대에 오르게 된다.

여야 정치권의 '아니면 말고 식 공약(空約)'뿐만 아니라, 1~3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수십조원 규모의 지출 약속들도 산적해 있다.

당초 정부가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예고한 정책 이슈까지 고려한다면 '정책의 홍수'에 직면한 형국이다.

정책의 일관성이나 정합성 없이 무차별적으로 제기된 선거철 의제들을 모두 이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여야 공약, 민생토론회 정책들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는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高 파고' 밀려오는데…'포스트 총선' 일괄청구서까지 쏟아진다
◇ 금리·물가·환율 '3高'…거시경제 비상
당장은 한국경제의 펀더멘털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어지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 데다, 중동발 정세 불안 속에 브렌트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대에 안착하면서 100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국제유가는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에 영향을 준다.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는 흐름 속에서 고환율(원화 가치 하락)까지 고착할 조짐이다.

연초 수출경기 호조,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코리아' 등으로 달러화가 순유입되고 있지만, 되레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강(强)달러에 1,350원선까지 치솟았다.

1,300원대 환율이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수입물가 상승을 통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으로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대응에도 빠듯한 상황에서 수많은 지출·감세 약속의 실행 여부까지 선별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된다.

'3高 파고' 밀려오는데…'포스트 총선' 일괄청구서까지 쏟아진다
◇ 공공요금 줄인상 요인…'상반기 총력' 재정, 하반기엔?
'3고'가 이어지는 상황은 상반기에 정책역량을 집중했던 정부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민생 경기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기존 경제정책방향 스케줄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하반기 정책공백의 한계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상반기 공공요금 동결 기조가 대표적이다.

한국전력은 2분기(4∼6월)까지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킬로와트시(kWh)당 5원으로 유지했다.

한전이 원가보다 싼 전기를 공급하면서 40조원대 누적적자가 발생한 만큼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는 인상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1분기 영세 소상공인 126만명에는 업체당 최대 20만원의 전기요금이 지원되기도 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오는 4월 말로 종료될 예정이나 최근 국제유가 불안으로 2개월 추가연장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상반기 카드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해 내수 회복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런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재정 집행도 상반기에 집중됐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집행률 65%를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2월 말 기준 목표 388조6천억원 가운데 121조3천억원을 집행했다.

작년 동기 대비 19조8천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상반기에 '실탄'을 쏟아부은 정부로서는 정책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포스트 총선' 경제를 맞닥뜨리게 되는 셈이다.

'3高 파고' 밀려오는데…'포스트 총선' 일괄청구서까지 쏟아진다
◇ 세금 깎고 지출 늘리고…여야 한목소리 '곳간 허물기'?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이 승리하든 나라살림에는 적지 않은 압력이 예상된다.

세금을 줄이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선심성 흐름에서는 여야가 무차별적이라는 점에서다.

국민의힘이 전방위인 감세에 초점을 맞춘다면 더불어민주당은 재정지출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민의힘의 공약은 '자산세 감세'에 비중을 두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자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감세 공약도 발표했다.

반도체 등 주요 주력산업과 차세대 기술에 대한 지원 방안도 공약에 담겼다.

반도체 신규 시설투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차세대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에 정책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다.

민주당은 근로자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데 타깃을 두고 있다.

근로소득의 세액공제 기본공제를 상향하고, 근로자 본인 및 자녀에 대한 통신비 세액공제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올해 삭감된 중소·벤처기업 R&D 예산을 복원·확대하고,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의 일몰 기한을 늘리겠다는 계획도 공약에 담았다.

선거기간 이재명 대표의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 제안도 전면에 부각됐다.

필요한 재원은 약 13조원이라는 게 민주당 측 설명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7일 통화에서 "세금 감면이나 예산 확대 등 좋은 구호가 담긴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당위성과 형평성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며 "어느 쪽이 선거에서 이기더라도 재정 부담과 정책 혼선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3高 파고' 밀려오는데…'포스트 총선' 일괄청구서까지 쏟아진다
◇ 민생토론회 발표들은 어쩌나…우선순위 재검토 불가피
24차례의 민생토론회에서 언급된 정책들도 원점에서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총선과 무관한 민생행보라는 입장이지만, 대체로 국토교통부 중심의 사회간접자본(SOC) 토건 개발 약속이 많다는 점에서 선거용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된 정책들을 모두 이행하는 것은 재정 여건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각 정부 부처가 구체적인 초안을 만들고 일정 부분 재원 대책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묻지마 공약'들보다는 실행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많은 정책이 양산됐다는 게 문제다.

한양대 김태윤 행정학과 교수는 "감세 기조에 재정균형 또는 흑자재정을 원리로 삼고 있는 지금 정부에서 민생토론회를 통해 저렇게 많은 재정사업을 내놔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다 이행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