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감사원이 다음 달부터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체투자 본감사를 시작한다는 소식, 한국경제TV가 단독으로 전해드렸죠.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손실 우려가 큰 자산을 찾겠다는 건데, 자료 수집만 1년 6개월이 걸렸습니다.

취재기자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증권부 김대연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일부 공제회들이 대체투자 가치 평가를 제대로 안 하고 있던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공정가치평가'라고 부르는데요.

합리적인 거래를 위해 최대한 시장 상황을 반영한 현재 자산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공정가치평가가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대체투자 평가를 각 기관의 자율에 맡긴 거죠.

실제로 자본시장법 제238조를 살펴보면요. '집합투자재산의 평가는 시가를 원칙으로 하되, 평가일 현재 신뢰할 만한 시가가 없는 경우 공정가액으로 평가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습니다.

처벌 조항이 따로 마련된 것도 아닌데요.

대부분 기관투자자는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라는 입장입니다. 대체투자 특성상 유동성이 떨어져서 지금 당장 손실이 발생해도 중간에 자산을 팔기는 어렵기 때문인데요.

주식이나 채권 같은 전통자산은 실시간으로 시장가격이 반영되죠. 하지만 대체자산은 표준화된 시장이 없어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대한 미래 가치를 측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습니다.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반재환 / 이지스자산운용 위험관리책임자(CRO): 사실 최대한 자주 평가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이상일 뿐이고…비용이 소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투자자와) 상호 어떻게 적절하게 조율할 것인지 등 과제는 있습니다.]

<앵커>

꼭 공정가치평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군요. 국민연금 같은 주요 연기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번 본감사 대상에서도 빠졌다면서요?

<기자>

네, 감사원이 국내 3대 연기금을 대상으로도 똑같이 자료수집을 진행했는데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은 다음 달 현장감사 대상에 제외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왜 연기금만 빠질 수 있었는지 취재해 봤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연기금은 공제회와 달리 공정가치평가 체제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 국내 연기금과 일부 공제회만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 해외 상업용 부동산이나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손실 사례가 늘어나고 있죠.

몇몇 공제회가 공정가치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부실자산이 곧 시한폭탄처럼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국내 공제회들이 주식시장이 안 좋아도 대체투자 부문에서는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는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정부와 감독당국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모두 공정가치평가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연초부터 운용사 등 유관기관과 관련 내용에 대해 협의하는 중이라고 밝혔는데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공정가치의 범위가 넓어서 공정가치평가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사원과 마찬가지로 자산 취득가액과 시장가격의 괴리가 큰 점에 의구심을 드러낸 겁니다.

우선 감사원은 다음 달부터 국내 8대 공제회(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군인공제회·경찰공제회·노란우산공제·과학기술인공제회·건설근로자공제회·대한소방공제회)와 한국투자공사(KIC)를 대상으로 현장감사에 나서는데요.

실제로 국내 주요 공제회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대체투자 비중이 50%가 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의 감사로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마이너스 폭탄이 대거 발견될 가능성이 큰 건데요.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감사를 계기로 기관마다 공정가치평가 제도를 재정비하고, 손실을 애써 모르는 척하는 방관자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물론 대체투자 자산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이 비용도 많이 들고 쉽지 않은 일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분명하고 통일된 기준을 통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증권부 김대연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채상균, 영상편집: 권슬기, CG: 신현호


김대연기자 bigkite@wowtv.co.kr
"허술한 평가 제도"…숨겨진 대체투자 폭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