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와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2억달러(약 9조7000억원) 규모 가스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주바일 인근 지역에서 추진하는 파딜리 가스플랜트 증설 공사다. 지난해 6월 현대건설이 50억달러 규모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사업(아미랄 프로젝트)을 따내면서 세운 기존 우리 기업의 사우디 수주 사상 최대 기록을 10개월도 안 돼 경신한 것이다. 이번 사례는 해외 대규모 수주가 기업과 정부가 한 팀이 돼 벌이는 국가대항전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사우디 국빈 방문에서 건설·인프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뒤 나온 성과다.

중동은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인 수출 회복과 탈(脫)중국의 확실한 대안이다. 지난해 해외 플랜트 수주액이 전년보다 25% 늘어나 목표액인 300억달러를 넘긴 가운데 지역별로는 중동이 37.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번 수주로 올 들어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61억1000만달러)의 2배가 넘는 127억2000만달러를 기록해 올해 목표인 400억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중동 주요국이 탈석유 및 산업 다각화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사업비만 650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의 미래도시 네옴시티, 쿠웨이트의 압둘라 스마트시티 등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내 대기업 외에 중견 건설사에도 수주 훈풍이 불며 반세기 만의 ‘제2 중동 붐’은 기대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민관 ‘원팀 코리아’의 낭보가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