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피앰아이가 시행해 온 총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사실상 중단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조사는 전화 면접 또는 자동응답시스템(ARS)을 통한 기존 방식과 달리 문자메시지, 이메일을 활용한 모바일웹 방식이다. 여심위가 동(洞)별 안배가 제대로 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며 응답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한 것부터 위법적이다. 이 정보는 통신사만 접근할 수 있고, 제3자에게 제공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피앰아이는 설명했다. 게다가 특정 동 응답이 상한을 넘으면 참여를 막는다. 그런데도 여심위가 무리한 요구를 한 데는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가질 만하다.

여론조사 의뢰는 지난달 초 이뤄졌고, 조사 방식에 대해 여심위가 이미 인지하고 있었으며, 사실상 사전 협의도 한 마당이다. 지난달 19일 첫 보도 이후 여심위는 10일간 가만히 있다가 돌연 개인정보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을 고리로 “조사 결과 공표는 위법”이라고 압박했다. 용산과 분당 등에서 여당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항의가 잇따른 시점과 일치한다. 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어도 제동을 걸었을까 싶다. 여심위가 직원이 퇴근한 저녁에 자료 제출 요구를 하고, 그것도 휴일에 내라는 것도 상식 밖이다.

여심위가 역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은 여론조사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널뛰기 조사 결과로 혼선을 부르는 일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고, 이번 총선도 예외가 아니다. 낮은 응답률이 주요 요인이다. ARS 조사 응답률은 거의 5% 미만이고, 전화 면접조사도 대부분 10% 안팎에 불과하다. 지역, 세대, 성별 응답자 할당을 채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고 강성 지지층 과도 표집으로 인한 왜곡도 빈번하다. 내용을 숙지하기도, 공정성을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모바일웹 방식은 응답률이 40~60%에 달하는 데다 참여 시간에 제한이 없고, 질문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어 기존 여론조사가 반영하기 힘든 숨은 여론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런 방식을 포함해 다양한 선거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여심위는 기존 틀만 고집하지 말고 모바일웹 기법에 대해서도 기준을 명확히 세워 적극 도입을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