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을 2억원으로 올리겠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공약은 아무리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감안해도 과도하다. 장기 저성장과 고물가 시대에 영세 소상공인들 고충은 헤아리고도 남는다. 코로나19 이후 계속되는 고물가의 충격파에 어려움이 특히 큰 계층이어서 우선적 정책 배려도 필요하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간이과세 적용 기준을 연 매출 8000만원에서 1억400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도 그중 하나다. 현행 부가가치세법(61조)에 따라 8000만원의 130%까지 법 개정 없이 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야당도 아닌 여당이 한 달 만에 2억원 공약을 내놨다. 정부 추계에 따르면 1억400만원으로 상향할 때 현재 200만 명 수준의 간이과세자는 14만 명이 더 불어나고 세수는 4000억원 준다. 2억원으로 올리면 증가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세수도 1조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건전재정을 내세운 판에 줄어드는 세금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여건이다.

보다 큰 문제는 세금에 대한 기본 인식이다. 조세제도는 일관성, 보편성, 균형성, 예측 가능성 등을 두루 기반으로 한다. 선거 때 표가 다급하다고 내지르는 식의 과격한 조세 공약은 여야 공히 자제해야 마땅하다. 부가세처럼 전 국민이 직접 담세자인 중요한 세목은 더욱 그렇다. 더구나 한 위원장은 앞서 라면 밀가루 등 일부 ‘서민 생필품’의 부가세율을 10%에서 5%로 한시 인하하자고 정부에 요청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부가세에 대한 체계적·종합적 재검토 제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계층을 의식한 단편적인 시혜성 조치를 공약으로 내던지면 야당의 포퓰리즘을 어떻게 감당할 텐가. 거꾸로 야당이 이런 종류의 공약을 선제적으로 던졌더라면 여당도 비판하지 않았겠나. 이런 때 세제의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라도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