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5세 정부 뒤 바리 부인 삶 그려…마이웬·조니 뎁 호흡
베르사유 안주인이 된 혼외자 출신 평민…영화 '잔 뒤 바리'
뒤 바리 부인은 프랑스혁명 이전 왕정 시대를 대표하는 '베르사유의 여자'다.

루이 16세의 왕비로 살다가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합스부르크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의 존재감에 가려지긴 했지만, 뒤 바리 역시 그에 못지않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재단사 어머니 밑에서 혼외자로 태어난 그는 천신만고 끝에 루이 16세의 할아버지인 루이 15세의 정부가 됐다.

매춘부였다는 설이 나돌 정도로 미천한 신분이었던 뒤 바리를, 루이 15세는 죽기 직전까지도 사랑했다.

콧대 높은 앙투아네트마저도 뒤 바리 앞에선 한 수 접어줬다.

시할아버지와 오스트리아 대사의 외교적 압박을 못 견딘 앙투아네트가 자존심을 굽히고 그토록 무시하던 뒤 바리에게 다가가 말을 건 일화는 지금까지도 유명하다.

마이웬 감독이 연출한 '잔 뒤 바리'는 하층민 여인 잔 보베르니에가 왕의 정부이자 베르사유의 실세 뒤 바리 부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전기 영화다.

배우이기도 한 마이웬이 잔 역을 직접 소화했다.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은 루이 15세 역을 맡아 데뷔 후 처음으로 프랑스어 연기를 선보였다.

베르사유 안주인이 된 혼외자 출신 평민…영화 '잔 뒤 바리'
영화는 잔의 유년기와 10대 시절을 훑은 뒤 그가 바리 백작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본격 시작된다.

잔은 낮에는 귀족 남자들과 지성을 겨룰 정도로 똑똑하고, 밤에는 이들을 쥐락펴락하는 팜 파탈로 묘사된다.

잔의 능력을 알아본 바리 백작은 사실혼 관계나 다름없던 그를 루이 15세의 애첩으로 들이려 한다.

백작의 예상대로 잔은 눈빛 한 번에 우유부단한 왕의 마음을 빼앗는 데 성공한다.

왕비가 없는 상황에서 잔은 실질적인 베르사유의 안주인이 된다.

예법의 속박을 싫어하는 그는 루이 15세를 따라 남자 옷을 입고, 당시에는 터무니없던 줄무늬 드레스를 입으며 왕궁을 휘젓고 다닌다.

요즘 말로 '셀럽' 중의 셀럽인 그는 베르사유 여인들의 관심과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

과감하고 도발적인 '뒤 바리 스타일'을 추종하는 이들도 생긴다.

그러나 루이 15세의 세 딸만큼은 예외다.

잔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공주들은 앙투아네트와 합세해 그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베르사유 안주인이 된 혼외자 출신 평민…영화 '잔 뒤 바리'
고귀한 신분에 걸맞지 않은 이들의 유치한 행동에선 감독의 풍자가 느껴진다.

베르사유에 사는 왕족과 귀족들은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외양을 하고 있지만, 잔의 기를 꺾는 것 말고는 별달리 하는 일은 없어 보인다.

브로콜리처럼 부풀려 올린 머리 모양이나 화가 나서도 왕 앞에서 등을 보이지 않기 위해 총총 뒷걸음치는 장면 등에는 허울뿐인 예법에 대한 감독의 비웃음이 담겨 있다.

반면 잔 뒤 바리는 소탈하면서도 사랑이 많은 여자로 그렸다.

영화는 잔이 루이 15세의 죽음 이후 수녀원으로 쫓겨나는 것까지만 보여주고 그의 비참한 최후는 내레이션으로 대신했다.

수녀원의 낡은 침대에 앉아 눈물을 흘리는 잔을 보고 있으면, 인생의 전성기가 허무하게 끝나버린 한 인간을 마주하는 듯해 씁쓸해진다.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칸영화제 개막작 중에선 명작이 없다는 징크스대로 평단에서 엇갈린 평가를 들었다.

영화제 기간에는 작품 자체보다도 전 부인 앰버 허드를 폭행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조니 뎁과 언론사 편집장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마이웬이 나란히 레드카펫에 선 모습이 더 화제가 됐다.

3일 개봉. 116분. 15세 이상 관람가.

베르사유 안주인이 된 혼외자 출신 평민…영화 '잔 뒤 바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