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완 삼익THK 대표(왼쪽)와 데라마치 다카시 THK 대표는 “지난 40년 양사가 기술교류로 신뢰를 쌓았다면 앞으로는 인적 교류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면서 더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대철 기자
진주완 삼익THK 대표(왼쪽)와 데라마치 다카시 THK 대표는 “지난 40년 양사가 기술교류로 신뢰를 쌓았다면 앞으로는 인적 교류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면서 더 끈끈한 파트너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대철 기자
1단부터 3단까지 버튼을 눌러 쌀을 내려받던 ‘삼익쌀통’은 1980~1990년대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이 삼익쌀통을 만든 회사가 바로 지금의 삼익THK(당시 삼익공업)다. 196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산업용 부품의 거친 면을 갈아주는 ‘줄’ 제조사로 유명했다.

창업주인 고(故) 진우석 명예회장은 줄·쌀통으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1991년 일본 THK와 기술제휴를 맺었다. THK가 생산하는 LM(linear motion·직선운동)가이드의 국내 생산을 시작하게 된 계기다. 1984년 THK의 대리점 사업을 하다가 아예 투자를 받아 공장을 지었다. LM가이드는 물체가 직선 방향으로 부드럽게 흔들림 없이 움직이도록 하는 데 쓰이는 공장 자동화 부품이다. 미세 공정이 요구되는 반도체·배터리 공장에서 주로 사용한다.

韓·日 기업의 아름다운 동행

쌀통 만들던 삼익THK, 로봇 기업 탈바꿈
40년의 파트너십이 이어지는 동안 THK는 연 매출 3조원이 넘는 글로벌 1위 LM가이드 제조사로 거듭났다. 삼익THK도 국내 LM가이드 시장에서 45%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익THK는 기술 라이선스료로 순매출액의 2%를 THK에 지급한다.

두 회사는 3대 가족경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삼익THK는 창업주 아들인 진영환 회장과 손자인 진주완 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진 사장은 진 회장의 조카로 창업주의 장손이다. 2022년 5월 사장에 취임했다. THK 창업주의 손자인 데라마치 다카시 사장은 올해 1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삼익THK는 줄, 쌀통, LM가이드에 이어 직교로봇 등 반도체용 로봇을 생산하는 첨단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진 사장은 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줄과 쌀통이 세상에 주는 가치가 있는데, 세상이 변하면 회사도 다른 제품으로 가치를 줘야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업정신이 회사에 내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THK와 삼익THK 간 ‘40년 파트너십’ 비결에 대해 진 사장은 “굳건한 신뢰와 상호 보완관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40년 신뢰 기반으로 동반 성장”

LM가이드, 정밀 볼 나사 등을 생산하던 삼익THK는 물류 로봇, 반도체 로봇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반도체용 웨이퍼를 이송하는 자동화 로봇과 모듈을 주력 상품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또 LM 모터를 활용한 워크반송시스템(VTS), LM가이드에 부착하는 사물인터넷(IoT) 예지감지 기술과 스마트팩토리 검사 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도 개발 중이다. IoT 예지감지 기술은 LM 기술로 감지한 진동을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뒤 수치화해 손실 여부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진 사장은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의료용 로봇을 개발하는 것도 향후 이동로봇에서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것”이라며 “의료용 고관절 복합체 보행보조 로봇을 내년 하반기께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익THK와 THK는 반도체용 자동화 로봇을 미래 전략 사업으로 정하고 협력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진 사장은 “일본 THK와 앞으로도 돈독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