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 배달의민족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있다.  /한경DB
서울 도심에 배달의민족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있다. /한경DB
배달의민족이 ‘무제한 무료 배달’이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모든 소비자가 대상이고 기존의 음식값 10% 할인 혜택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최근 쿠팡이츠가 발표한 혜택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갔다. 배민이 사실상 2위 업체로 올라선 쿠팡이츠 견제 수위를 올리며 배달 앱 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1일부터 배민 앱에서 자체 배달 서비스 ‘알뜰배달’ 무료 쿠폰을 제공한다고 1일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앱에서 무료 쿠폰을 다운받은 뒤 결제 때 적용하기만 하면 된다. 쿠폰은 횟수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 배민은 수도권에서 무료 배달을 우선 시작한 뒤 향후 비수도권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10% 할인’ 혜택도 그대로 유지한다. 소비자들은 10% 할인과 무료 배달 중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을 선택하면 된다. 대체로 주문 단가가 높은 경우 10% 할인 혜택이 크고 주문 단가가 낮으면 배달비 무료 혜택이 더 크다. 기존 혜택을 유지한다는 점은 쿠팡이츠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쿠팡이츠는 지난달 26일 기존에 제공하던 음식값 10% 할인 혜택을 무료 배달 혜택으로 대체했다. 다음달까지는 기존 혜택과 무료 배달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그마저도 한시적인 방안이다.

배민은 모든 소비자가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앞세우고 있다. 쿠팡이츠에서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월 4990원의 와우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요기요도 마찬가지다. 요기요는 최근 무료 배달 멤버십 ‘요기패스X’의 월 구독료를 기존 월 4900원에서 2900원으로 내렸지만 이마저도 오는 6월 말까지다. 특히 요기요의 경우 요기패스 가입자라도 무료 배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1만7000원 이상을 주문해야만 한다.
자료=우아한형제들 제공
자료=우아한형제들 제공
이번 조치는 쿠팡이츠에 대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과거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민의 독주 속에 요기요와 쿠팡이츠 등 후발주자들이 따라오는 ‘1강 2중’ 체제였다. 하지만 e커머스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해 충성고객을 끌어모은 쿠팡이 배달 앱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쿠팡의 유료 멤버십 회원은 작년 말 기준 1400만명에 달한다. 국내 배달 앱 시장이 ‘2강’ 체제로 재편되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이미 쿠팡이츠는 월간활성화이용자(MAU) 기준으로 이르면 이달 중 요기요를 따라잡고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배민은 작년에만 7000억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쌓아둔 현금으로 점유율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배민의 작년 영업이익은 6998억원으로 전년 대비 65.0% 늘었다. 지난 2월 기준 국내 배달 앱 시장에서 철옹성 같은 65%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쿠팡이츠의 공세를 막아낼 시간적인 여유도 있다. 이면희 우아한형제들 푸드마케팅실장은 “멤버십, 패스 같은 구독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배민 고객이라면 누구나 알뜰배달 무료 배달과 10% 할인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