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함께 재산 모았는데 왜…"사실혼 배우자 상속 안 돼" 합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서 부부 한쪽이 사망한 경우 남은 배우자에게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 사실혼 관계에서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법적인 부부관계에서 배우자를 상속 대상으로 보는 민법 제100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고, 재판관 전원일치의견으로 지난 3월 합헌 결정했다. 민법에서는 배우자가 망인의 부모나 자녀(직계존·비속)와 같은 수준의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비율만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재산분할청구권, 쌍방 생존할 때만 적용"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와 11년간 함께 살다 2018년 사별했다. 그는 법원에서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았다. 직계 존속이나 비속이 없으면 배우자가 단독 상속권을 갖는다.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이고 사실혼 관계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망인의 재산은 법정상속인인 형제·자매 등에게 돌아갔다. A씨는 형제·자매 등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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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2014년에도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사실혼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통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고 증여나 유증을 받는 방법으로 상속에 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근로기준법, 국민연금법 등에 근거한 급여를 받을 권리 등도 인정돼 상속권을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다수 재판관은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는 조항은 헌재의 헌법소원에서 허용되지 않는 진정입법부작위(입법자에게 입법 의무가 있지만 전혀 입법하지 않는 행위)를 다투는 것이므로 심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은 국민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제도이기 때문에 입법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다투는 것은 심리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불합리한 상황 꾸준히 발생" 우려도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 등 3명은 적법한 청구로서 헌재가 판단을 내려야 하고 사실혼 관계에서 일방이 사망한 경우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현재의 법체계 및 재산분할제도 하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서 이룬 재산이 그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입법 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이어 “법적 공백 방지 등을 위해 계속 적용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영진 재판관은 보충 의견에서 “생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 등을 보호할 수 있도록 상속이나 재산분할제도 관련 규정 등에 관한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재판관은 “사실혼은 부부로서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있어서는 법률혼 부부와 전혀 다를 바 없다”라며 “그러나 현행 법제 하에서는 사실혼 배우자는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한 자신의 기여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고, 가사노동에 전념한 경우 등에는 배우자 사망 후 생계유지가 어려워질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일으킨다”고 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