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이 나면 운용보수를 받지 않거나 일정 수준까지 운용사가 손실을 떠안는 공모펀드들이 시장을 뛰어넘는 수익을 내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에 밀려 찬 바람이 불던 공모펀드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실 나면 한푼도 안받겠다" 자신감…성과연동형 공모펀드에 돈 몰린다
31일 한국포스증권에 따르면 성과연동형 공모펀드 ‘VIP한국형가치투자’는 지난해 4월 출시된 뒤 1년간 21.8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10.8% 상승한 코스피지수의 두 배에 달한다. 설정액도 출시 1년 만에 242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상품은 코스피지수 등 비교지수 추이와 상관없이 손실이 나면 회복할 때까지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 첫 절대성과 연동형 공모펀드다. 직전 1년 펀드 수익률에 따라 다음 분기 운용보수가 새로 책정되는 게 특징이다. 수익이 나면 운용보수로 연 0.8%를 받고, 수익금의 10%를 성과보수로 받는다. 다만 전체 보수는 연 1.6%로 제한된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일정 부분 운용사가 책임지는 손실차등형 상품도 손실 없이 순항 중이다.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는 지난해 8월 설정된 뒤 8개월 동안 수익률 14.58%를 기록했다. 고객이 선순위로 투자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계열사가 후순위로 투자해 -15%까지는 먼저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이익이 발생했을 때는 10%까지 고객의 이익으로 우선 배정한다. 다만 10% 초과 이익에 대해선 고객과 운영사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지난해 성과보수형과 같은 파격 공모펀드가 잇달아 출시된 것은 ETF에 밀려 침체한 공모펀드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 올 들어서만 5723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전반적인 침체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수료가 저렴한 액티브 ETF가 점점 공모펀드를 대체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모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계속되는 와중에 성과보수형이나 손실차등형 펀드, 수익률이 압도적인 펀드 등 투자 매력을 갖춘 상품에만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