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기대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콜옵션 상품 가격이 폭등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주식워런트증권(ELW)도 가격이 급등했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선물·파생상품 시장 거래 규모도 올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행사가격이 8만2000원인 삼성전자 4월물 콜옵션은 지난 29일 40.3% 급등한 1880원에 마감했다. 11일 이 콜옵션 가격은 70원에 불과했는데 약 3주 만에 26배 넘게 뛴 것이다. 행사가격이 8만4000원인 삼성전자 콜옵션도 20일 370원에서 29일 1060원으로 2.8배가량 급등했다. 3월 삼성전자가 12.2% 오를 동안 파생 상품들은 더욱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콜옵션은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을 살 권리를 말한다. 행사가격이 8만2000원인 콜옵션 가격(1880원)과 행사가를 더한 8만3880원보다 삼성전자 주가가 더 올라야 수익이 난다. 4월물 만기일(4월 14일) 전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8만3880원보다 더 오를 것으로 본 투자자가 그만큼 많았다는 것이다. 반대인 풋옵션은 정해진 행사가격에 주식을 팔 권리를 사고파는 것을 말한다. 행사가격이 8만원인 삼성전자 4월물 풋옵션은 지난 29일 하루 동안 50.86% 떨어져 570원에 마감했다. 그만큼 삼성전자 주가가 내려갈 확률이 희박하다고 본 것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ELW 상품들도 최근 가격이 오름세다. 행사가격이 8만2400원인 ‘한국K688삼성전자콜’은 4일 40원에 거래됐지만 29일 종가는 65원으로 62.5% 뛰었다. 이 상품의 만기가 12월이란 점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삼성전자 주가가 행사가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예상한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ELW도 옵션과 마찬가지로 만기일에 정해진 행사가격으로 현물 주식을 매수, 매도할 권리를 사고파는 상품이다.

SK하이닉스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들도 인공지능(AI) 수혜 기대로 가격이 급등했다. 행사가격이 19만원인 SK하이닉스 4월물 콜옵션 가격은 지난 29일 26.5% 뛰며 5000원에 마감했다. 22일 2450원 수준에서 1주일 사이 두 배가량 올랐다.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가 상승하면서 개별 주식 관련 선물·옵션 거래량이 늘고 있다. 3월 주식옵션 하루평균 계약금액은 57억원으로 올 1월(22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5년 월평균 계약금액으로 보면 3월이 가장 많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