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린 조' vs '빈털터리 도널드'
영국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모방이 가장 진심 어린 아첨’이라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칭찬을 건넸다. 바이든 캠프에서 보낸 이메일 속 ‘빈털터리 도널드(Broke Don)’란 닉네임(별명)이 그렇다. 해당 메일은 미국 연방 선거관리위원회가 캠프 재정 보고서를 발표하는 시점에 보내졌다. 보고서는 현직 대통령이 7100만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공화당 후보보다 더 많은 자금을 모았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상황에서 ‘빈털터리 도널드가 지하실에 숨어 있다’는 이메일 제목이 눈길을 끈다.

수년 전부터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졸린 조(sleepy Joe)’ ‘비뚤어진 조’ 등의 별명을 붙였다. 이를 두고 바이든은 고교 시절로 돌아가 트럼프에게 매너를 가르치기 위해 ‘체육관 뒤’로 데려가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트럼프의 게임이다.

트럼프 게임에서 이기는 법

우리는 지난 10년 트럼프와 함께하면서 몇 가지 확실한 교훈을 배웠다. 가장 큰 교훈 중 하나가 트럼프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점점 멀리 갈 것이고, 우리만 더 우스꽝스러워진다. 2016년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10명의 후보와 맞붙었다. 그는 경쟁자를 조롱하는 닉네임으로 상대방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리틀 마르코’가 됐고,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거짓말쟁이 테드 크루즈’로 불렸다. 젭 부시 전 주지사는 ‘저(低)에너지 젭’이었다. 트럼프의 적들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기꺼이 가는 트럼프에게 대응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트럼프는 민주당에도 별명을 붙였다. ‘비뚤어진 힐러리’가 대표적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아메리카 원주민 혈통이라는 주장에 ‘포카혼타스’가 됐다. 이들은 당시 대응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어떤 대응도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빈털터리 도널드라는 별명은 또 다른 이유에서 흥미롭다. 자신의 사업과 재산에 자부심을 갖는 트럼프라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가 반응하게 하려는 의도다. 뉴욕 법무장관이 트럼프 재산을 빼앗으려는 ‘터무니없는’ 소송에서 항소 재판부가 공탁금을 줄여주는 ‘터무니없는’ 판결을 내린 직후 나온 조롱이었다.

4년 전 바이든을 떠올려야

트럼프는 거침없는 말투, 머리 모양 등 별명이 될 만한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트럼프식 대응은 최선이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이 그를 파산시키려고 속임수를 쓰고 있다는 주장을 입증할 뿐이다. 여론조사마다 나쁜 소식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막대한 기금 모금은 바이든에게 좋은 소식이다. 친트럼프 팩(PAC, 정치행동위원회) 등이 트럼프의 법적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어 트럼프의 선거 비용은 줄어들고 있다.

바이든은 4년 전 선거에서 델라웨어 자택 지하실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승리했다. 당시 바이든은 자신을 겸손하고, 백악관의 정상성을 회복하며, 미국의 양극화를 막을 후보로 묘사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약속했던 ‘온건한’ 바이든에는 부응하지 못했다. 빈털터리 도널드라고 조롱하는 게 바이든의 전략이라면, 바이든은 트럼프를 더 악랄하게 만들 것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 ‘Sleepy Joe vs. Broke Don’을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