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일부 가공식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절반으로 한시 인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대에  놓인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물가 대책의 일환으로 일부 가공식품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절반으로 한시 인하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진열대에 놓인 밀가루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라면 즉석밥 등 일부 생필품에 붙는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10%에서 5%로 한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 부가세율 인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장바구니 물가를 낮추겠다는 의도지만 여당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심성 공약을 쏟아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 안정 위해 부가세 인하

밥상 물가 비상에…라면·설탕·밀가루 부가세 인하 추진
한 위원장은 28일 서울 동대문구 유세에서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등 서민의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 한시적으로 부가세를 10%에서 5%로 인하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며 “필요하다면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상품권, 캐시백 제도 등을 활용한 대대적 농축산물 대전을 여는 등 정부 측에 더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했다”며 “정부 측에서도 긍정적인 조치를 준비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부가세는 재화·용역에 생성되는 부가가치에 붙는 국세다. 재화·용역 공급가액의 10%로 매겨진다. 부가세 납세의무자는 사업자지만 물건값에 세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최종 소비자가 부담한다. 이 때문에 부가세율이 낮아지면 원칙적으로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하할 여지가 생겨 소비자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조업체가 낮아진 부가세율만큼 가격을 낮춘다고 가정하면 1만1000원(부가세 1000원)에 판매하는 가공식품을 1만500원(부가세 500원)에 살 수 있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주요 제품에 대한 부가세 한시 인하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여당이 공식적으로 제안했으니 관련 대책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부가세 한시 개편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재부는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단순 가공 식료품의 부가세(10%)를 한시 면제하는 대책을 내놨다. 병·캔 등에 개별 포장한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류 등이 대상이었다.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이상으로 치솟자 물가 안정을 위해 시행했다. 작년 말 종료 예정이었지만 물가 수준이 아직 높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 말까지 연장했다.

○세수 감소 불가피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선 서민 체감도가 높은 가공식품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작년 11월(5.1%)보다 크게 하락했다. 하지만 식품 원재료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더 큰 폭의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가 식품기업에 가격 인하를 연일 압박하는 이유다.

부가세율을 낮추기 위해선 부가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각에선 부가세 면제 대상 품목에 가공식품을 추가하는 방식 등을 통해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바꾸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당은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민심이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여당과 정부가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선거 공약을 잇달아 내놓는다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부가세는 작년 기준으로 소득세와 법인세에 이어 세 번째로 징수 규모가 크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세수 감소 효과는 제한적”이라면서도 “세수 상황 등을 종합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부가가치세율 인하 방안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강경민/정소람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