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기업들이 글로벌 불황에도 역대급 통 큰 투자계획을 잇달아 내놓은 것은 고무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국내에 68조원을 투자하고 8만 명을 채용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LG그룹도 같은 날 2028년까지 인공지능(AI)과 배터리 등 신성장동력을 위해 국내에 1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과 SK는 이미 2022년에 향후 5년간 각각 전체 투자액 450조원 중 80%(360조원)와 247조원 중 70%(179조원)를 국내에 투자해 8만 명과 5만 명의 인재를 신규 채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렇게 글로벌 경제 전쟁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일자리와 소득을 만든다. 경제와 민생 회복도 정부나 국회가 아니라 기업 투자에 달렸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경쟁은 국가대항전이 되고 있다. 어느 기업이 더 빨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느냐, 이를 위해 정부가 얼마나 많은 규제를 풀고 자원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 기업은 치솟는 노동비용은 물론 거미줄처럼 얽힌 후진적 세제와 반기업 규제를 주렁주렁 매단 채 뛰고 있다. 오죽하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높은 법인세와 경직적인 주 52시간제 등 갈라파고스식 규제·제도가 해외에서 들어오려는 회사까지 내쫓고 있다고 호소하겠나.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징벌적 상속세 탓에 2대에 걸쳐 상속이 이뤄지면 주인이 없거나 국가가 주인인 기업으로 전락하는 현실이다. 선진국 상당수가 법인세와 상속세를 내리거나 폐지하는데도 한국만 우물 안 개구리에 머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을 언제까지 애국심에 호소해 국내에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때마침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세제도 개선 과제 152건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상속세와 법인세 개선은 물론 올해 말 종료 예정인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제도를 연장해 달라는 의견을 담았다. 조세라도 최소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우리 기업이 국내에서 계속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