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거리만큼 좁혀지지 않는 갈등 >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가 26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과대학 대회의실에서 의료계와 교육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료개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교육계에선 유홍림 서울대 총장(왼쪽 앞에서 두 번째) 등 10명이 자리했다.  /김범준 기자
< 이 거리만큼 좁혀지지 않는 갈등 >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 앞에서 두 번째)가 26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과대학 대회의실에서 의료계와 교육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료개혁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의료·교육계에선 유홍림 서울대 총장(왼쪽 앞에서 두 번째) 등 10명이 자리했다. /김범준 기자
정부가 6주째 이어지는 의료 파행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의료계와 의정(醫政) 대화 협의체 구성에 착수했다. 국무총리부터 부총리, 장관까지 총출동해 의료계와 대화 접점을 마련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집단 사직에 나선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은 ‘요지부동’이다. 향후 협상도 난항이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계와 교육계 인사들을 만나 “의료계와의 대화에 공식적인 채널이 없는 등의 어려움으로 정부 진심을 제대로 설명하고 전달하기 어려웠다”며 “이 자리를 통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체가 구성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엔 한 총리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교육계와 의료계에선 유홍림 서울대 총장 등 대학 총장 6명과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의료계 인사 4명 등 총 10명이 자리했다. 정부는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등에도 간담회 참여를 타진했지만 이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는 2시간15분가량 이어진 간담회를 마치고 “의료계가 직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계 측 인사들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 번 회의로는 안 된다”며 “회의 구성 멤버를 더 확대하고 이런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의료 공백의 중심에 있는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은 꿈쩍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의 면허정지 처분을 잠정 보류했지만 전공의들은 일체 반응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 총리에게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유연한 처리 방안과 의료인과의 협의체 구성을 주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24일 전공의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의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SNS에 물음표(?)만 남긴 채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도 이틀째 이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은 28일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기로 했다. 가톨릭의대 교수협 비대위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등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대화 협의체 구성이 출발부터 난항을 겪는 것은 의대 증원에 대한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의료계는 ‘2000명 증원 백지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날도 2000명 증원 결정은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학교별로 입학 정원을 배정한 정부는 오는 5월 안에 후속 조치를 모두 마무리할 방침이다.

의료계는 전공의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가 타협안을 마련하더라도 전공의들이 이를 거부하면 의료 파행 사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하도록 설득해달라”고 당부한 이유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은 이날 긴급 제안문을 통해 “전공의와 학생이 스승과 사회 구성원 모두를 믿고 내일이라도 복귀할 것을 간절히 청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의대 정원 증원 방침 재검토를 요청했다.

박상용/강영연/황정환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