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불법 유출하다 적발됐을 때 최대 형량이 기존 징역 9년에서 18년으로 대폭 상향 조정된다. 마약을 대량으로 유통한 범죄는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되고 스토킹 범죄 처벌 수위도 크게 높아진다. 강화된 양형기준이 실제 얼마나 적용될지가 관건이다.

국가 핵심기술 빼돌리면 '최대 징역 18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 스토킹 범죄, 마약 범죄 등에 대해 이 같은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이를 벗어나 판결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개정된 양형기준은 오는 7월 1일 이후 공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새로운 기준에 따라 ‘산업기술 침해’라는 양형기준이 추가돼 국가 핵심기술 등의 국외 침해는 최대 18년형(1.5배 상한 적용 시), 국가 핵심기술 외 산업기술의 국외 침해는 최대 15년형, 국내 침해는 최대 9년형 선고가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국내외 기술 유출에 대해 최대 9년형까지만 선고할 수 있었다.

양형위는 “기술 침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유사 범죄군의 양형기준보다 규범적으로 상향된 형량 범위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술 침해 범죄로 인해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거나 비밀 유지 의무를 위반한 경우 선고 형량을 높이는 ‘특별가중 인자’를 적용하고 있다. 양형위는 피해액 산정이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상당한 금액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특허권, 영업비밀, 기술 등을 침해한 경우’도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에 포함하도록 했다.

아울러 미성년자 대상 마약 매매, 혐오성 스토킹 등의 양형기준도 대폭 상향한다. 10억원어치 넘는 마약을 유통하다 걸리면 최대 무기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또 ‘미성년자에 대한 매매·수수’ 유형을 신설하고 역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하도록 상향 조정했다. 마약 중독의 관문이 되는 대마 관련 행위도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했다. 상대방 동의 없이 타인에게 마약류를 제공하거나 다른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 가중 처벌 요인이 된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이 신설됐다. 흉기 등을 휴대한 스토킹 범죄는 최대 5년형, 일반 스토킹은 최대 3년형을 권고했다. 흉기를 휴대하는 등 죄질이 안 좋으면 징역형만 선고하도록 했다.

특별가중 인자인 동종 전과의 범위에 동일 피해자에 대한 폭력, 주거침입, 성범죄 등을 폭넓게 적용했다.

법조계는 강화된 양형기준이 실제 재판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이태엽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기술 유출 범죄 등에 새 양형기준을 본격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해도가 높은 전문 재판부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