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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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채용 담당자 A씨는 한 채용 중개 플랫폼이 최근 진행한 광고를 보고 기분이 상했다. 자사 플랫폼을 통해 이직을 시도하면 네이버페이를 쏠테니 적극적으로 회사를 옮기라는 개발자 대상 이직 응원 광고였다. A씨는 얼마 전 해당 플랫폼으로 채용한 개발자가 갑자기 다른 회사로 옮겨가는 바람에 난감했던 상황. 그는 “회사에 구직자를 연결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회사가 이직을 저렇게 장려하는 게 맞나 싶다”고 토로했다.

 수백만원 내고 뽑았는데…넉달 다니다 '환승 이직'
25일 업계에 따르면 채용 중개 플랫폼들이 제공 중인 건별 수수료 모델에 대해 스타트업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지고 있는데 새 직원을 뽑을 때마다 플랫폼에 성사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B대표는 최근 팀장급 직원을 채용하고 중개 플랫폼에 500만원가량을 수수료로 냈다. 하지만 이 직원은 4개월 만에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B대표는 “채용을 위해 플랫폼을 쓰자니 수수료 부담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원티드랩, 리멤버 등은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하고 채용 건당 합격자 연봉의 7% 안팎 수수료를 기업들로부터 받고 있다. 헤드헌팅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수료(20%대)와 IT 분야에 특화한 인력풀로 도입 초반엔 업계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 이직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수수료가 부담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채용한 직원이 1년도 안 돼 다른 회사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지면서다. 원티드랩 등 주요 채용 플랫폼은 3개월 내 직원 퇴사 시 수수료의 80%를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3개월이 넘으면 수수료를 100% 내야 한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몇 년 새 거의 모든 플랫폼이 건당 수수료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채용 중개 플랫폼들은 이직이 늘어나 건당 수수료를 더 많이 받아야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직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원티드’를 통해 채용 공고에 지원한 후 서류 전형에 합격한 구직자 전원에게 네이버페이 5000포인트를 제공한다. 리멤버도 정기적으로 이직 장려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경력직 이직 플랫폼 블라인드하이어에 따르면 신입(1년 차 미만) 직원의 지난해 이직 시도율은 54%다. 사원급(1~4년 차)은 지난해 기준 62%, 대리급(5~8년 차)은 60%가 이직을 시도했다. 플랫폼으로 채용을 진행하다가 탈락 처리한 뒤 지원자에게 따로 연락하는 ‘우회 채용’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몇백만원의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