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대중이 먼저 알아보는 현대미술
동시대 현대미술은 대중화하고 있다. 심지어 미술작품은 대체투자 상품도 됐다. 미술작품의 가격과 가치는 어떻게 결정될까.

예술계에는 가치평가 인증 시스템이 있다. 국제 예술계에 영향력이 있는 비평가,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컬렉터, 저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이 소통, 공감, 합의해 예술작품의 가치를 결정해 왔다. 그들의 전문성은 곧 엄청난 권위이자 권력이었다. 이제까지 현대미술계에는 전문가인 예술인과 비전문가인 대중 사이 미적 감성의 간극이 엄연히 존재했다.

필자는 21세기, 디지털 기술 혁명과 민주적 공론장의 출현으로 예술의 가치평가 인증 시스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이전에는 전문가의 미적 판단이 비전문가로 낙수되는 일방적 흐름이었다면,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진입해서는 다방향성으로 전복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비전문가인 일반 대중이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또 다른 예술 가치평가 시스템이 출현했다.

“나의 예술은 가볍습니다. 왜 무거워야 하죠? 내 인스타 팔로어는 10만 명이 넘어요. 난 이미 유명하고 대중에게 인정받고 있어요. 뭐가 문제죠?” 이렇게 말하는 젊은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전문가의 인정으로부터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트렌드 팔로어인 일반 대중의 인정에서 시작돼 역류하며 전문가들에게 영향을 준다.

뱅크시, 루양, 카오스, 스티브 해링턴, 로버트 얀슨 등 ‘셀럽’ 작가들의 인지도는 전문가들이 아니라 일반 대중 때문에 형성됐다. 이들 중 일부인 뱅크시, 루양 같은 몇몇 작가는 전문가들로 이뤄진 기존 예술 가치평가 영역에 흡수됐지만, 대부분 작가는 비전문가인 대중의 예술 가치평가 영역 안에 머무르고 있다. 그들의 작업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작업으로 격상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런 사실은 그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이미 과거의 선형적·위계적이던 미술 생태계는 동시대에 비선형적·비위계적인 미술 생태계로 전환했고, 예술 비평의 정석과 비정석을 구분해 정의하는 것도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일반 대중의 미적 가치관은 더욱 확장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전문가의 예술 평가 시스템이라는 기존의 축과 비전문가의 예술 평가 시스템이라는 또 다른 축은 시간이 갈수록 그 경계를 공유하며, 두 축 사이의 교류를 확장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술을 엄숙주의로부터 해방, 일상화한다. 우리 사회는 대의 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필자는 예술 영역과 일상 영역이 해체되며, 예술 공유와 소유의 민주화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소망한다. 다른 모든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시대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