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무장한 파나시아…글로벌 영업 '가속'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선박 규제로 중견기업 대열에 합류한 부산의 친환경 설비 제조기업 파나시아가 2세 경영인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을 토대로 한 글로벌 영업에 속도를 올린다. 올해 대표로 승진한 이민걸 파나시아 공동 대표(사진)는 지난 수년간 수십 명의 정보기술(IT) 개발자를 꾸준히 영입해 경영과 제조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한 디지털 전환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영업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500억~600억원 수준이었던 파나시아의 연 매출은 2018년 친환경 선박 규제가 본격화한 뒤 3000억원 수준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선박평형수처리장치와 스크러버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에는 중견기업으로 등록됐으며, 현재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장치 상용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서 첫돌을 앞뒀지만 파나시아의 경영 시스템은 디지털 전환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여기에는 임원으로 오른 2018년부터 이 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IT 개발자들의 역량이 자리잡고 있다. 이 대표는 “직속 기구로 IT 개발자 중심의 팀을 만들었는데 성과가 상당히 좋아 지금은 20명이 넘는 실기구로 확대됐다”며 “경영 시스템부터 사후관리(AS), 생산까지 아우르는 핵심이 됐다”고 말했다.

원가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파나시아의 주력 제품인 선박평형수처리장치나 스크러버는 선박을 보유한 선주의 요구에 따른 설계와 설치가 중요하다. 계약 조건과 선주와의 거리 등 표준화된 기준이 없고, 선주와의 관계에 따라 판관비가 들쑥날쑥하다. 영업이익률 등을 예상하기 힘든 구조다. 파나시아는 데이터를 돌파구로 삼았다. 공장 제조 과정에 들어가는 부품 등 스마트팩토리 인프라에서 쌓인 원가 데이터와 영업 일선에서 얻은 데이터를 결합해 프로젝트 단위마다 인건비 등을 예측한다. 영업사원은 공장의 고정비에 더해 영업 현장에서 마주하는 변동비까지 고려해 최적의 견적을 위한 전략을 짤 수 있다. 이 대표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원가관리 시스템은 더욱 정교해진다”며 “원가 이외에도 자재, 직원 성과, 물품, 고객사 등 다양한 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선박 부품에 달린 센서와 인공위성, AI가 결합한 AS는 파나시아의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품에 달린 센서의 작동이 인공위성으로 연결되고, 관제실에서 직원이 파나시아 제품의 이상에 대응하는 구조다. 최근에는 챗GPT를 결합해 선원의 언어에 AI가 24시간 동안 1차 대응하고, 상황에 따라 문제 해결을 위한 동영상을 자동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센서의 열 감지 등 이상 상황이 발생하면 AI가 같은 시기에 제작된 제품들을 추적해 고장 발생 가능성을 알려주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이 대표가 경영 수장에 오르면서 파나시아는 창업주 이수태 회장(연구개발), 윤영준 대표(엔지니어링)의 3인 공동 대표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 대표는 “최근 대기업 임원 출신 인사를 영입하며 인사 등 대기업식 경영 시스템을 추진하기 위한 동력을 얻었다”며 “미국과 유럽 등 친환경 시장이 큰 곳을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