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수소 마리당 15억∼20억원 달해…세대 걸쳐 개량한 정액 도난
우량 씨수소 정액 절도에 허탈…"금보단 비싼 20년 연구 결과물"
"금보단 비싼 20년 연구의 결과물을 훔쳐 간 거죠."
우량 씨수소 정액을 도둑맞은 이티바이오텍 정연길 대표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낙담하듯 말했다.

정 대표는 "굉장히 속상하다"면서도 "그나마 경찰이 일부라도 되찾아줘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에 따르면 경찰에 붙잡힌 범인이 훔쳐 간 씨수소 정액은 약 8년 전 한우개량사업소에서 산 정액을 개량한 것이다.

일본에서 유학하며 낙농 기술을 배운 정 대표는 2006년 명품 한우로 이름난 전북 장수군에 유전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유전능력이 우수한 품종을 만드는 데 힘썼다.

정 대표는 거듭된 연구로 여러 세대에 걸친 씨수소(종모우)를 통해 만들어진 게 연구소에서 보관하던 정액이라고 했다.

경찰 또한 도둑맞은 씨수소 정액을 "일반적인 시가로 따지면 1억6천만원 정도로 추산한다"면서도 "사실 수사기관에서 금전적인 부분을 말하는 게 힘들 정도로 고가의 절도품"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와 경찰의 말마따나 우량 씨수소의 유전자는 가격을 매기기 어려울 정도로 가치가 크다.

한우개량사업소가 있는 충남 서산시에 따르면 전국 농가에 공급하는 한우 정액을 생산하는 보증 씨수소의 가격은 마리당 15억∼20억원에 달한다.

보증 씨수소의 정액은 빨대(스트로우)를 채운 형태로 5천∼1만원에 판매하는 데 우수한 혈통일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정 대표는 현재 출하 시기인 30개월 거세 한우의 평균 몸무게인 750㎏을 훌쩍 뛰어넘는 1천㎏을 목표로 개량에 힘썼기 때문에 정액의 값을 논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는 "귀한 종자로 생산하면 그 가격이 송아지 때부터 50만∼100만원은 올라간다"며 "더 좋은 유전자를 만들려고 연구를 거듭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장수경찰서는 야간건조물침입 혐의로 30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8일 정 대표의 연구소에서 씨수소 정액 샘플 260개를 훔친 뒤, 이 중 60여개를 주변 농가에 개당 150만원에 팔아 금전적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에 앞서 정액의 변질 등을 막는 저온 질소 용기를 미리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에서 "씨수소 정액을 팔아 돈을 벌려고 그랬다"며 범행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