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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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우정노동조합 지방 노조위원장들의 개인 비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의 경우 자기 아들에게 공용 차량을 헐값에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이 노조비를 횡령한 전남지방본부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받고 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종로경찰서는 최근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인 김모 씨를 업무상 횡령·배임, 국유재산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김 씨의 지시로 차량 매각에 동조했다는 혐의를 받는 지방본부 총무국장 A씨도 함께 피소됐다.

김 씨는 서울 모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아들에게 노조 공용재산인 위원장 전용 차량을 지난해 1월경 팔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노조 내부적으로는 노조 소유 차량을 공매하지 않고 사적으로 매매한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본지가 입수한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 간의 통화 녹취록에서 모 조합원은 "그것(차량)은 원래 공매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이 아들에게 그냥 매매한 것이다"라고 했다.

국산 준대형 세단인 이 차량은 시가가 수천만원에 이르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김 씨가 아들에게 400만원에 팔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노조원들은 이 같은 의혹이 일자 지난 월요일 "회계 장부를 열람하게 해달라"며 서울지방위원회 사무실을 찾았지만, 노조 측은 '선거 후에 논의하겠다'며 열람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정노조는 현재 이동호 위원장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한 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노조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김 씨는 이런 의혹과 관련해 본지 통화에서 "선거 운동 기간이라 직접 답변이 어렵다"며 "선거가 마무리되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했다. 다만 김 씨 측은 의혹 제기 직후 노조 내부적으로 "어차피 매도해야 할 차량이었고 아들이 중고차를 사고 싶다기에 매도가와 같은 가격으로 넘긴 것뿐"이라며 "금전적 이득을 취한 사실이 없고 서울지방본부에 손해를 입힌 사실도 없다"는 해명문을 냈다. 다만 "도의적인 문제가 있으니 선거 후 해명할 일"이라고도 했다.

우정노조 간부들에 대한 비리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이미 업무상 횡령·배임 및 뇌물공여죄로 지난 1월 종로경찰서에 입건됐다. 김 씨는 이동호 우정노조 위원장의 2023년 1월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에 앞서 후원금 명목으로 노조 산하 지방본부위원장들로부터 회비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위원장 역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범죄수사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이 노조 간부 비리 수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관련 수사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2일 오후 광주의 우정노조 전남지방본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전남본부 간부들은 수년간 노조 발전을 명목으로 지자체 보조금을 비롯한 수천만 원 가량의 조합비를 유용한 혐의로 지난 1월 고발당했다.

박시온/김대훈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