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주식 거래는 14일부터 정지된다. 태영건설과 채권단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대주주의 감자도 이뤄질 전망이다.

태영건설 완전 자본잠식…거래 정지, 채권단 "정상화 작업에는 영향 없다"
태영건설은 13일 장 마감 후 2023년 재무제표 기준 완전자본잠식 및 상장폐지 사유 발생을 공시했다. 태영건설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201억원, 자기자본은 -5626억원이다. 자본잠식률이 2814%에 달해 완전자본잠식(100% 이상)에 빠졌다.

자본잠식은 기업의 근본 투자금인 자본금이 쪼그라든 상태다. 자본잠식률은 ‘자본금에서 자기자본(자산-부채)을 뺀 값’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정상적인 기업은 마이너스가 나오지만, 대규모 적자가 나거나 수년간 순손실이 누적돼 자기자본이 자본금보다 작아지면 플러스로 돌아선다.

태영건설에 자본잠식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순손실이 1조5802억원 발생했기 때문이다. 2022년에 490억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태영건설 측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예상 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 돌입 이후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PF 사업장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PF 사업장에 직접 투자한 경우도 많아 손실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부실 가능성이 있는 요소를 선제적으로 모두 반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경영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고 수년간 반영해야 할 부실을 한꺼번에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태영건설이 속해 있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완전자본잠식은 상장폐지 사유다. 오는 20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외부감사인이 한정이나 의견거절 등 어떤 판정을 내는지도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태영건설과 채권단은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할 계획이다. 대주주 감자로 누적된 적자(결손금)를 줄인 뒤 채권단의 대출채권을 지분 투자로 돌리는 방식이다. 부채를 줄이고 자본금을 늘리면 자본잠식률이 떨어진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는 “완전자본잠식은 워크아웃 돌입 당시 예상한 부분이며 태영건설 정상화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중인 실사 결과에 따라 태영건설 자본 확충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태영건설의 기업개선계획 채권단 결의를 미루기로 했다. 최대 1개월 연기가 가능하다.

강현우/최한종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