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박정림·김신 '서울대 82학번 3인방' 세대교체
주요 증권사 대다수, 잔뼈 굵은 '뉴페이스'로 변화에 방점
안정보다 쇄신 택하는 증권가…'82학번 장수 CEO' 대거 퇴진
최근 여의도 주요 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 교체 시기가 집중된 가운데 상당수가 연임을 통한 안정보다 세대교체를 통한 쇄신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요 증권사의 대표직을 석권하며 장기간 동여의도 증권가를 주름잡았던 이른바 '82학번' 수장들이 대거 물갈이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차기 사장 후보로 확정된 윤병운 부사장에게 바통을 넘겨준 NH투자증권의 정영채 사장이 대표적 사례다.

1964년생인 정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82학번으로 1988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우리투자증권 시절을 거쳐 NH투자증권에 이르기까지 투자금융·사모투자 등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대표적인 'IB(기업금융)맨'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해 이달 임기가 끝날 때까지 3연임한 여의도 내 장수 CEO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과거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작년 말 금융 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의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최근 법원에서 인용돼 4연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용퇴 의사를 밝혔다.

정 사장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연말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 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던 박정림 전 KB증권 대표도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이다.

이 사태로 박 전 대표가 수장직에서 내려오게 되면서 KB증권은 이홍구·김성현 각자 대표 체제가 됐으며, 현재 박 전 대표는 SK증권 사외이사 후보에 올라 있다.

공교롭게도 박 전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한 SK증권의 김신 사장 역시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출신이다.

그는 1987년 쌍용증권 시절에 입사한 뒤 미래에셋증권에서 대표이사까지 지냈고 현대증권을 거쳐 지난 2014년 SK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10년간 이 증권사의 수장직을 맡은 여의도의 최장수 CEO다.

최근 SK증권이 후임자를 결정하면서 기존의 김신·전우종 각자 대표 체제는 전우종·정준호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뀌게 됐고, 김 사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회사에 남아 신사업 등을 구상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밖에도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이끌었던 정일문 전 사장 역시 단국대학교 경영학과 82학번 출신으로, 작년 말 인사 때 증권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또 작년 연말 박종문 당시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사장에게 바통을 넘긴 장석훈 전 삼성증권 대표 역시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82학번이며, 최근 7년간 맡았던 신영자산운용 수장직을 내려놓은 '1세대 가치투자자' 허남권 전 대표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82학번이다.

한편, 이날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작년 연말부터 최근까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메리츠증권·키움증권·하이투자증권·SK증권 등 다수 증권사가 CEO를 새로운 얼굴로 바꿨다.

이들 대부분은 글로벌 투자나 자산관리, 기업금융 등 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로 수장을 세대 교체했다.

현 사장의 연임을 결정한 증권사는 대신증권(오익근), 한양증권(임재택), DB금융투자(곽봉석) 정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