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팬데믹 이후의 AI, 단순한 도구일까?
상시적 과학 기술 발달이 뉴노멀의 특징이다. 새로운 과학 기술의 등장이 일상이다. 자연스럽게 신기술이 생활 속에 자리 잡곤 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특별한 시기에 과학 기술이 발달했다. 2차 세계대전 초입에 독일은 제트 엔진을 활용한 하인켈 178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영국의 앨런 튜링이 개발한 전자 기계식 계산기도 독일군의 암호 해독을 위해 2차 세계대전 중에 사용됐다. 전쟁은 비극이지만, 전쟁으로 등장한 기술은 역설적으로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안겨줬다.

전쟁 못지않게 인류의 기술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 대규모 유행병인 팬데믹이다. 14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한 흑사병은 3년 뒤 북유럽까지 번졌고, 유럽 인구 세 명 중 한 명이 죽었다. 그러자 농사를 지을 사람이 부족해져 농부의 일당이 다섯 배나 폭등했다. 인건비가 비싸지자 영주들은 농업 기술 향상에 눈을 돌렸다. 그 덕분에 반나선형으로 생겨서 땅에서 끌면 위아래 흙을 골고루 섞어주는 몰드 보드 쟁기가 널리 보급됐다. 농작물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나게 됐고, 이는 농업 기술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16세기 라틴아메리카에선 천연두가 맹위를 떨쳤다. 은 광산에 투입될 인력이 부족해지자 은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수은 아말감법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

과학 기술을 활용해 인간 노동력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는 이전 팬데믹 양상과 비슷했다. 그런데 특정 연령 및 직업,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세대에 영향을 미친 점이 확연히 달랐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비대면으로 학교 및 직장 생활을 했고, 사람들과 교류했다. 거기에 놀라운 속도로 발전된 인공지능(AI)기술이 결합했다. 대표적인 것이 안면인식이다. 과거에는 얼굴 전체를 노출해야 AI가 사람을 인식했지만, 지금은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반쯤 가려도 인식한다. 코로나19가 1년 정도 지난 2021년 1월 미국 국토안보부는 마스크 착용 후 얼굴 인식의 정확도가 96%였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마스크를 쓴 채로 하게 된 것도 모두 코로나19 이후의 일이다. AI의 안면 인식이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다.

상시적인 과학 기술 발달은 AI와 더 획기적인 협업을 이룰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단순한 도구라는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특히 AI의 한 분야인 자연어처리(NLP) 기술의 발달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는 AI가 도입된 소프트웨어는 비서를 넘어 상담사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를 도구로 대하면 인간 능력의 확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AI를 파트너로 생각할 줄 아는 유연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