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무장 난동으로 '무법천지' 지속
아이티 치안 붕괴 속 외국인 수십명 고립…대통령궁 총격전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갱단 폭동으로 무법천지가 되면서 외국인 수십명이 사실상 고립된 상태라고 A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이티에 선교나 입양, 구호 활동을 위해 머물고 있던 이들은 아이티의 치안이 완전히 마비된 가운데 공항과 항구까지 폐쇄되면서 호텔이나 집에 발이 묶인 신세가 됐다.

유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및 각종 비영리 단체에서 일해온 캐나다 출신의 리처드 필립스(65)는 지난달 말 아이티 남부 지역 주민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쳐주기 위해 왔다가 다시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돌아갈 항공편이 취소된 뒤 공항 주변 숙소에 머물다가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더 안전한 지역으로 숙소를 옮겼다.

그는 AP에 "실제로 갇혀있는 상태"라며 "만약 경찰력이 완전히 붕괴하면 거리는 무정부상태에 빠질 것이고 우리는 한 달, 혹은 더 오래 여기 머물러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립스는 민간 전세기나 헬리콥터 등 빠져나갈 방도를 찾고 있으나 대부분의 비행사가 아이티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며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을 포함해 아이티의 주요 공항과 항구는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아이티와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영하는 기독교 자선단체 미셔너리 플라이츠 인터내셔널(MFI)은 최근 아이티에 발이 묶인 외국인 수십명으로부터 항공편 요청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로저 샌즈 MFI 부사장은 "문제는 비행기가 공항에 접근하면 이를 총리의 비행기로 오해한 반정부시위대가 공격을 해올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프랑스 식민 지배로 떠안은 빚더미에다 2021년 대통령 암살 이후 극심한 치안 공백에 시달리던 미주 최빈국 아이티는 최근 반정부 시위와 갱단의 폭력 사태가 더욱 심화하며 대규모 탈옥까지 벌어지는 등 '무법천지'로 치닫고 있다.

아이티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금지 조치도 시행했으나 폭력 사태는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머물고 있는 아리엘 앙리 총리에 대한 사퇴 요구가 거세지는 가운데 이날 밤에는 수도 한가운데에 위치한 대통령궁 근처에서도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EFE 통신은 전했다.

현재 반정부시위를 이끄는 갱단들은 앙리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경찰서나 교도소, 관공서 등 정부 건물들을 주로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전날 밤에는 수도 포르토프랭스 길거리에서 수십명이 모여 총리 사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