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3가지 핵심 요소 ESG.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를 차지하는 관광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대로 가다간 머지않아 사전에서 ‘여행’이라는 단어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죠. 다음 세대를 위한 녹색 여행을 만들어갑니다. 3월의 푸른 여행지 전북 부안으로 떠나볼까요.

ESG여행의 세 가지 요소는 아래와 같이 표기했습니다

E 환경(Environment)을 생각하는 여행
S 지역사회(Social)를 생각하는 여행
G 정책·제도(Governance)로 만들어가는 여행
변산반도국립공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임익순
변산반도국립공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사진=임익순

E·G : 변산반도국립공원, 자연이 곧 예술이 되다

한국 8경 중 하나인 변산반도국립공원은 1박 2일을 투자해도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장엄한 경관을 자랑한다. 산의 변산을 뜻하는 내변산과 바다의 변산인 외변산으로 나뉘는데, 내변산에서는 사찰과 계곡을, 외변산에서는 다양한 해안경치를 감상하기 좋다.
변산반도에 위치한 내소사 전경. 사진=임익순
변산반도에 위치한 내소사 전경. 사진=임익순
단아한 절의 매력, 내소사(내변산)

경내에 이르는 길이 여타 사찰과 달리 평탄해 남녀노소 편안한 사색에 잠길 수 있다. 일주문에 들어서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전나무 숲길이 길게 이어지는데, 하늘을 향해 높게 치솟은 전나무의 맑은 향에 속세에서의 어지럼은 잠시 잊게 된다.

관음조가 단청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대웅보전과 삼층석탑, 설선당 등을 지나 사찰을 크게 걷는 데 10분이면 충분하다. 설익은 봄 햇살에 몸을 맡긴 절 고양이 앞에서 부처의 가피를 잠시 되새겨본다.

해식 단층이 선사하는 마법, 채석강(외변산)

명승으로 지정된 채석강은 맑은 물과 기이한 퇴적암층 덕에 365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수천수만 권의 책을 겹겹이 쌓아놓은 듯 신비로운 속살을 드러낸 절벽 앞에 섰다. 중국 당의 이태백이 술에 취해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채석강과 그 비경이 흡사해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간조를 틈타 사진 남기기 좋은 채석강 해식동굴. 사진=임익순
간조를 틈타 사진 남기기 좋은 채석강 해식동굴. 사진=임익순
1.5km가량 바닷가를 따라 이어지는 채석강 주변은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질 때만 들어갈 수 있으니 간조·만조 시간을 꼭 확인하자. 물이 다 빠지고 나면 대표 포토 스폿인 해식동굴이 모습을 드러내고, 해 질 녘이면 서해 최고의 낙조를 볼 수 있다.

E·G : 지구와의 공존, 새만금환경생태단지

간척사업을 위해 방조제 시공에 들인 시간만 무려 18년. 새만금을 원래의 주인인 자연에게 돌려주기 위해 인간은 또 한 번 거대한 계획을 세웠다.
새만금환경생태단지에서 만난 철새. 사진=임익순
새만금환경생태단지에서 만난 철새. 사진=임익순
환경생태용지 조성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현재의 환경생태단지는 새만금에서 유일하게 야생동물이 주인인 곳이자 오롯이 자연을 위한 장소다. 축구장 면적의 약 110배에 달하는 78만 5892㎡의 부지에는 430종의 다양한 생물이 자유롭게 서식하고, 그 외의 모든 존재는 조연이 된다. 생물서식습지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습지관찰대·탐조대 역시 인간의 모습을 철저히 드러내지 않도록 설계됐다.

잘 닦인 산책로에서 작은 발자국 몇 개를 발견했다. 시멘트가 굳기 전 이곳을 다녀간 야생동물의 흔적이다. 울퉁불퉁해진 길이 불편할 법도 하지만, 이 발자국조차 자연의 섭리이기에 억지로 메우지 않았다는 자연환경해설사의 설명에 새만금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생태단지를 둘러볼 수 있다. 사진=임익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생태단지를 둘러볼 수 있다.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새만금환경생태단지는 출발지에서 새만금환경생태단지까지 오고 갈 수 있는 친환경 전기버스를 운영한다. 5명 이상 단체의 경우 예약하면 무료로 무공해 전기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환경생태단지 내부에서는 일부 전기카트를 제외한 네 발 자동차는 운행할 수 없다. 대신 자전거·휠체어 등 다양한 친환경 이동수단을 빌릴 수 있으니 참고하자. 탁 트인 환경생태단지를 누비며 곳곳에 위치한 보물찾기(스탬프 투어)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S : 녹색의 편안함이 가득한 치유정원

비밀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일반 카페와 별다를 게 없다고 착각한 것도 잠시, 방향을 틀자 우거진 온실 정원이 푸르름을 뽐낸다. 포레도는 농촌교육농장품질인증, 농촌융복합사업인증 등을 받은 농촌 스타트업 기업 ‘벗님넷’이 운영하는 정원 카페다.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정원 카페 포레도. 사진=임익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하는 정원 카페 포레도. 사진=임익순
원예식물 판매는 물론 그림정원·다육모스숲·스투키테라리움·반려식물 만들기 등 건강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중에서도 테라리움은 만들기 수월하고 알록달록한 색감을 자랑하는 덕에 가족 단위 체험 손님이 특히 끊이지 않는다. 때마침 포레도를 찾은 초등학생 남매 손님이 테라리움 체험에 나섰다. 식물을 심고 색색의 모래를 쌓아 올리고 작은 소품을 얹어내는 과정마다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푸른 웃음이 가득했다.
포레도의 테라리움 체험. 사진=임익순
포레도의 테라리움 체험.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로컬 재료를 활용한 맛깔스러운 먹거리가 가득하다. 포레도버거·멀베리라테에는 새콤달콤한 부안 오디가 들었고, 제주말차라테·유자차·오미자차·미스황차 등에는 각 지역 농가에서 수확·가공한 재료가 사용됐다.

S : 사람도 동물도, 우리 잠시 쉬었다 가요

이색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는 청호수마을. 사진=임익순
이색 농촌체험을 즐길 수 있는 청호수마을. 사진=임익순
봄가을이면 낚시인들이 줄을 서고 겨울이면 철새가 도래하는 곳, 만수면적 약 439만㎡에 달하는 청호저수지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인공 호수와 어우러진 편백숲, 수국길, 오디농장이 평화로운 한때를 뚝딱 만들어낸다.

석불산 밑에 작게 웅크리고 있는 청호수마을은 특별할 일 없는 이 농촌에 고요히 스며들었다. 부안에서의 1박을 위해 청호수마을을 찾았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약 1만3230㎡(4000여 평)의 넓은 부지와 숙박 시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이곳의 자랑.

식사를 하러 가는 길, ‘오늘의 청호수마을 식체험 농산물’이란 안내와 함께 식재료와 농부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유기농 백미와 찹쌀은 농부 홍일권, 가지는 농부 김임순, 된장은 농부 김성숙….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지역 고유의 농산물 소비를 늘리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어가겠다는 소중한 마음이 담겼다. 마을에서의 한 끼는 유독 달았다.
청호수마을의 제과제빵 체험. 사진=임익순
청호수마을의 제과제빵 체험. 사진=임익순
ESG여행 TIP
‘농촌체험 끝판왕’이라 해도 될 만큼 다양한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제빵기능사 보유 강사가 직접 지도하는 제과제빵 체험에서는 지역 농산물과 다양한 유기농 재료를 이용해 건강한 간식을 만들 수 있다. 계절에 따라 오디·옥수수 따기, 배추·무 심기, 고구마 수확, 추수, 김장 등 체험이 진행되며, 클라이밍·버블수트 같은 이색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