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민은행장이 6일 지급준비율(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외부 기관 전망치보다 높은 ‘5% 안팎’으로 제시하면서도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이날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경제장관 합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재 우리나라의 은행업 지준율은 평균 7%로, 추가 인하할 공간(여력)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판 행장은 “복잡하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보다 강화된 거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민은행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속에 2022년 4월과 12월, 작년 3월과 9월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낮췄고, 올해 춘제(春節·설) 연휴를 앞둔 지난달 5일에는 지준율을 0.5%포인트 더 인하했다. 2월 지준율 인하에 앞서 판 행장은 1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례적으로 계획을 미리 공개하고, 시중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85조원)가량을 풀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연이은 지준율 인하로 현재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6.9% 수준이 됐다.

판 행장은 이날 기준금리 등 이율 인하 가능성도 언급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20일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95%로 0.2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 인하 폭을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5년 만기 LPR이 4%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 행장은 이날 “5년 만기 대출 금리는 개인 주택담보대출과 중장기 투자 대출 금리 책정의 기준이 되고, 이런 조치는 사회적 융자 비용 절감을 촉진하고 투자·소비를 지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물가 안정·회복을 통화정책의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삼고 은행 대차대조표 건전성을 고려해 계속해서 사회 종합 융자 비용의 점진적인 인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정책 방향을 설명한 리창 총리의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 하루 뒤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판 행장을 비롯 장관급 경제관료 5인방이 모두 출석해 2시간30분에 걸쳐 분야별 정책을 소개했다. 다만 부동산시장 둔화 등 중국 경제의 주요 문제로 지적돼온 이슈에 대해서는 이번 회견에서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 않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