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생명보험사 출혈 경쟁’ 논란의 중심에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사들이 내놓은 ‘환급률 120%대’ 상품을 이번주까지만 판매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본지 3월 5일자 A1, 17면 참조

5일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각 생보사에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관련 의견을 전날까지 수렴했다. 가이드라인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업계에서는 현재 120%대 초중반인 환급률이 가이드라인 적용 이후 110%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다음주부터 기존 단기납 종신보험(환급률 120%대) 대신 개정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지’ 각사 의견을 받았다. 보험사들은 이르면 오는 11일부터 환급률을 낮춘 다른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금감원이 단기납 종신보험에 칼을 들이댄 것은 올 들어 두 번째다. 금융위원회도 최근 보험업계 과당 경쟁 해소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금감원 "떴다방식 영업 근절" 환급률 추가 하향 조정할 듯
생보업계 자정 실패했다는 판단

금융감독원이 단기납 종신보험 규제에 나선 것은 보험회사들이 건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단기 실적 확보에 매몰됐다고 판단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급률이 130%가 넘는 상품은 보험사가 일정 물량 이상으로 팔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떴다방식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지속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환급률 조정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종신보험의 납입 기간(20년 이상)을 대폭 줄인 상품이다. 작년부터 생명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본격 나섰다. 작년 도입된 새 회계제도(IFRS17)에서는 종신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많이 파는 게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유리해서다. 하지만 보험사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회사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중단 시 영업 현장에서 절판 마케팅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시행 기한을 5영업일로 짧게 제시한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금감원 개입으로 환급률이 130%대에서 120%대로 낮아지자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식의 모객 행위가 횡행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 관련 의견을 수렴 중인 단계인 만큼 ‘이번 주 기존 상품 판매 중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영업일 내로 상품 개정이 가능한지 회사별 의견을 물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