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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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업계를 대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집중 검사에 돌입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점을 틈타 금융사들이 과도한 수수료와 이자를 요구하지는 않는 지를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다올투자증권의 부동산PF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6일에는 다른 대형 증권사를 검사한다. 이를 시작으로 검사 범위를 보험사, 제2금융권 캐피털사 등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총 일곱 곳에 대해 검사가 예정돼있다”며 “집중적으로 검사를 벌여 이달 중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동산 PF는 시행사 등이 자금을 빌려 부동산 개발 사업을 벌인 뒤 프로젝트가 끝나면 발생한 현금흐름을 통해 돈을 갚는 구조다. 금감원은 각 금융사들이 부동산 PF 사업장에 돈을 빌려주는 대주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적정한 수준과 절차에 따라 이자나 수수료를 책정해 받았는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금감원 안팎에 따르면 올들어 건설업계에선 일부 금융사가 PF 만기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요구를 했다는 민원 등이 빗발쳤다. 금융사가 해준 용역이 없는데도 PF 자문 보수 등을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겼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부 금융사는 PF 만기 연장을 하면서 법정금리를 초과해 이자를 받은 사례도 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정금리는 연 20%다.

최근 부동산PF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금융사들이 리파이낸싱(대출 만기 후 돈을 다시 빌리는 일) 단계에서 과도한 수수료와 이자를 요구한다는 게 시행사들의 주장이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들은 PF 자문을 비롯해 각종 명목을 대서 수수료를 붙이고 있다”며 “사업이 성공하면 조달금액의 일정 비율을 떼어가겠다는 내용으로 후취 수수료를, 특정 시기까지 일정 수준만큼 미분양이 나는 등 성공하지 못하면 또 조달금액의 일정 비율을 뜯어가겠다며 트리거 수수료를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사들은 단순히 시장의 수요공급 논리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 부동산PF 시장은 자금 공급자가 한정돼있고 수요자는 많은 상황”이라며 “대주 입장에선 보다 나은 조건을 찾아 대출을 해주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부실 PF 사업장이 늘어난 시기에 금융사 내부의 대출 심의 조건을 충족하려면 금리나 수수료 등 조건을 추가로 붙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추가 이자와 수수료 사례가 많아지면서 최근 리파이낸싱 PF 사업장에선 연쇄적인 금리·수수료 인상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금융업계 안팎의 설명이다. 선순위 대주가 리파이낸싱 금리를 올리거나 새로운 수수료를 요구하면 중순위·후순위 대주도 연쇄적으로 더 높은 조건을 부르는 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정상 사업장도 이어가기 힘들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금융사들이 부당한 과정을 통해 금리와 수수료를 올려받았는지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이날 2024년 금융투자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를 개최하고 금투업계에 합리적인 PF 수수료와 금리 적용 등을 요구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