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구성원 77% 반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 비판
정부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와 관련해 대학본부와 의과대학 간 '증원 규모'를 두고 견해차를 보이면서 의대 교수들이 급기야 삭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강원대 교수 10여명은 5일 오전 8시께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교수들은 최대 100명까지 증원하는 게 적당하다거나 현시점에서는 증원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으나 대학 측이 현재 정원보다 약 3배 늘어난 규모로 늘려달라고 교육부에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교수들이 반발한 것이다.

류세민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과 유윤종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부학·원장은 대학 측의 증원 규모 결정을 비판하며 머리를 밀었다.

류세민 학장은 "지난해 11월 수요조사에서 학장단이 100명 증원 희망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학생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넉 달 전 상황을 짚었다.

이어 "이번에는 상당수 의대 교수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되레 학교 측이 이에 역행하는 결정을 했다"며 삭발 항의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즉 증원 자체를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전공의 파업 등 현 상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삭발식 자리에 참석한 이승준 강원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난주 진행한 교수 회의에서 77%가 의대 증원 신청을 거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날 강원대는 교육부에 현재 49명에서 140명으로 의대 정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류 학장은 "학생들과 전공의가 떠나 있는 상태에서 그들이 돌아올 명분을 줘야 함에도 140명 증원을 신청했다"며 "가르쳐야 할 제자들을 볼 낯이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3일 학생들도 성명서를 내고 학교 측의 증원 방침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총장님께서 부디 증원 규모를 재고해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증원은 강원대가 지향하는 교육목표와 맞지 않고, 현재 정책 결정이 학생과 교수진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이고 부당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