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 시대, 문과 출신도 살길이 있다
“리더가 되려면 문과에 가야지.” 30여 년 전 학교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한 이야기다. 이때는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를 다스리려면 정치외교학과나 법학과, 기업을 경영하려면 경영학과에 가야 한다고 믿었다. 그때 그 선생님의 생각은 여전하실지 모르겠으나 세상은 바뀌었다. 아마 선생님의 손주들은 ‘문과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이과를 선택했을 것이다. 고교마다 80% 정도의 학생이 이과를 선택한다.

신문의 1면 주요 기사를 시간순으로 보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정치의 시대였다. 1면 기사 대부분이 정치 이야기다. 세계는 미·소 냉전으로 어지러웠고, 우리도 민주화로 바빴다. 정치가 세상을 이끌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는 경제의 시대였다. 무역이 급증했고 손정의, 잭 웰치 등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를 끌었다. 돈에 대한 관심이 노골적으로 커졌다. 200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는 과학기술의 시대다. 정보기술(IT) 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신문 1면에 이제 인공지능(AI) 이야기가 나온다. AI를 필두로 한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리더가 될 수 있다.

2022년 12월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챗GPT 사용해 봤어요? 정말 편리해요. 드디어 AI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후 많은 이가 열광했다.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는 신기했고, 답을 얻는 방식은 편했다.

챗GPT 덕분에 만개한 AI 시대에 다시 문과에 기회가 온 느낌이다. 챗봇 방식인 챗 GPT는 요약해 주고, 보고서도 써 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심지어 프로그램도 짜준다. 다만 어떻게 챗GPT에 질문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의 질이 달라진다. 그 덕에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까지 생겼다. AI에서 최선의 질문을 해 정확한 답을 끌어내는 직업이다.

AI에서 좋은 결과물을 얻어내기 위해선 질문이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맥락도 필요하다. “우주에 대해 알려주세요”보다는 “현재 우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데, 그것의 해결 방안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이 좋다. 후속 질문도 필요하다. 불과 몇 년 전엔 코딩을 통해서만 컴퓨터로 일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람의 언어로 컴퓨터와 소통한다. 이것이 문과엔 행운의 신호다. 다양한 지식을 갖추고 있고, 구체적이면서 체계적인 질문을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챗GPT에 훌륭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문과생에게도 기회가 있다. CD를 몰아낸 MP3는 없지만, 오히려 스트리밍 서비스 시대에 CD와 LP가 다시 팔리는 것처럼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