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 자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미래세대 자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시차출퇴근제, 원격근무처럼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 형태가 (저출산 대책으로)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출산휴가·육아휴직으로 인한) 구인 부담을 줄여줄 다른 대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전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가정 양립을 실천할 주체는 결국 기업”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은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고 주요 조간신문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날이다. 주 부위원장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낙폭이 크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범국가적 역량을 모아 저출산 대책을 속도감 있게 진척시킬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관료 출신인 주 부위원장은 지난달 12일 저출산고령위 부위원장(장관급)으로 위촉됐다. “업무를 끈질기게 챙기는 데 정평이 난 정책 전문가”(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로 관가에선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 부위원장 취임 후 저출산고령위는 기존의 정부 저출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주 부위원장은 “모든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저출산 관련 대책을 받아 어떤 대책이 실효성 있는지, 사각지대나 중복된 내용은 없는지 성과 평가를 할 계획”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부위원장은 정부의 일·가정 병행 지원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현실이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은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면서도 “근로자들이 본인 커리어(경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회사) 눈치를 보며 마음 놓고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에 대해선 “이런 차원을 넘어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 인력을 당장 찾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현행 대체인력뱅크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대체인력뱅크는 출산휴가·육아휴직이 있을 때 기업에 대체 인력을 소개해주는 기관이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근로 형태를 유연화해야 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주 부위원장은 “시차출퇴근제, 원격근무처럼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 형태가 기존의 출산·육아휴직과 연계되면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근로 형태 유연화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 분야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해법은 전국 단위의 일자리 창출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은데 이마저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경쟁 압력이 높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아이를 갖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국에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 저출산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부위원장은 기업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기업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최근에 만난) 한국경영자총협회뿐 아니라 경제 5단체장 등을 차례로 만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는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게 아니다”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정책을 차근차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