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주주환원이 미진한 상장사를 퇴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돌발 발언을 했다. ‘주주환원 관련 지표’를 만들어 기준에 미달하면 상장폐지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주 초반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강조한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른 강공이다.

배당률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상장과 연계해 퇴로를 막고 강제하는 방식은 동의하기 어렵다.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은 회사 중장기 경영전략의 핵심인 만큼 원칙적으로 기업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 온당하다. 금감원도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제3자일 뿐이다. 미국 애플이 창사 초기 장기간 무배당 정책을 통해 마련한 내부유보금으로 막대한 투자 재원을 충당한 사례를 금융당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주주환원 기준을 정하고 강제하는 방식은 밸류업 정책의 벤치마킹 대상인 일본에도 없는 초강경책이다. 더구나 금융사 건전성 확보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 목표인 금감원의 수장이 불쑥 던질 주제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금융위 등 관련부처와의 충분한 조율을 거쳐 더 정제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누누이 얘기한 것처럼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일회성 주주환원은 추세적인 주가 상승으로 수렴되기 어렵다. 증시를 레벨업하는 유일한 방법은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펀더멘털 강화와 자원의 적정 배분 및 신산업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이 앞장설 일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상속세 개편,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다.

상장은 금융당국이 제공하는 일방적인 특혜가 아니다. 나아가 자본시장은 기업과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금융당국이라도 맘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주먹을 들이밀며 군기 잡듯 하는 방식은 시장 참가자들의 반발과 비효율만 키울 뿐이다. 기업이 투자자를 외면하고 대주주 이익만 챙긴다는 편견에 금융당국까지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