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공천 과정에서 연일 파열음을 일으키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은 잡음이 적다. 그러나 대대적인 정치 교체를 원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되새겨야 한다. 지역구 공천이 60% 이상 이뤄진 가운데 40대 이하는 13%에 불과, 역대 어느 총선에 비해 낮다. 대부분 지역에서 정치 초년병들이 가산점을 받았음에도 현역의 벽을 넘지 못해 ‘현역 불패, 신인 횡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텃밭인 영남권에서 공천받은 후보자 중 현역 비율이 70%에 육박한다. 지난 다섯 번의 총선 평균 물갈이율 48%에 턱없이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현역 교체율이 높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의정에 고루 반영하고,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하기 위해선 노장청의 조화와 함께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인적 쇄신 없는 현역 불패 기조는 기득권에 안주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이는 젊은 세대의 지지를 떨어뜨릴 수 있어 선거 전략상으로도 불리하다. 실제 지난 대선 때보다 20~30대 지지율이 확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인물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그만큼 유망한 인재 발굴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것이다. 몇 번의 인재 영입을 발표했지만, 국민의 기대치엔 미치지 못했다. 다선 중진에게 불리한 경선임에도 이기지 못한다면 신인들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이 첫 회의에서 “유능한 정치 신인을 적극 등용하겠다”고 한 것과 달리 시스템을 앞세운 ‘잡음 없는 공천’에 치중한 결과일 것이다.

공감 없는 ‘그 밥에 그 나물’식의 무난한 공천으로 총선 승리를 바란다면 착각이다. 아직 기회는 있다. 위성정당 비례대표 선정 때 혁신위 제안대로 유능하고 애국심 있는 신인 50% 할당을 제대로 실천하길 바란다. 일부 지역구에 도입하기로 한 국민추천제도 인기영합식이 아니라 민심에 호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참에 정치 신인에게 높은 진입 장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 각 분야 유능한 인재가 ‘선거 1회용’이 아니라 정치에 착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정치 지망생들도 30~40대 총리를 배출하는 유럽과 같이 밑바닥부터 도전해 스스로 역량을 키워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