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최대 산별 노조인 금속노동조합총연맹이 올해 노동조합 회계 공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 기아 등 금속노조 산하 18만3000여 명의 조합원은 올해 납부한 조합비를 내년 초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을 전망이다. 다른 노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회계 공시 문제를 놓고 노정 관계가 다시 악화할지 주목된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이날 충북 단양 금속노조 교육연수원에서 제58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노동조합 회계 공시 불참 안건’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금속노조는 이날 “노조 회계 공시 제도가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올해 금속노조를 정조준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금속노동자들의 기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계 공시 불참 안건을 상정했다. 이후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이 이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로 의결해 달라”고 요구했고 현장 대의원들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자 표결 없이 안건이 통과됐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 공시 제도를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시행했다. 회계공시를 한 노조의 조합원만 납부한 조합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조합원과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조합의 투명성 등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근로자가 소속된 노조 및 그 상급 단체가 모두 회계를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용부가 지난해 제도를 도입하자 노동계는 처음에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공시하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결국 민주노총까지 회계 공시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회계 공시 대상인 조합원 1000명 이상 노조 및 산하 조직 739개 중 675개(91.3%)가 결산 결과를 공개했다.

작년엔 4분기에 제도가 시행돼 3개월분 조합비(2023년 4분기 납부분)만 세액공제 대상이 됐다. 올해는 1년치 조합비 전체가 세액공제 대상이 된다. 고용부는 3월 1일부터 4월 30일까지 노조가 회계 공시를 하지 않으면 올해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에 대해 내년 초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에 따르면 금속노조의 전체 조합원은 18만3000여 명에 달한다. 금속노조에는 현대차노조(지부), 기아노조 등 강성 대형 노조들이 소속돼 있다.

노동계는 이번 금속노조의 결정이 다른 산별노조 등에도 영향을 미칠지,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된 현장 조합원들의 반발이 있을지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곽용희/이슬기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