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호 전국우정노동조합 위원장이 본인이 결성한 전국우정사업노동조합연맹의 위원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본부 위원장들에게서 조합 운영비를 상납받은 의혹을 경찰이 본격 수사하면서다. 경찰 수사 방향에 따라 ‘졸속 출범’으로 논란을 낳은 우정연맹의 존립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우정노조위원장직은 유지하고 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전날 우정연맹 위원장에서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상 횡령·배임 및 뇌물수수 등으로 피소된 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물러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해 1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후원금 형태로 노조 산하 8개 지방본부 위원장으로부터 1000만원씩을 받고, 지방본부 위원장의 회비 인상분 9600만원도 본인이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회비 인상분 전달책으로 지목된 김모 우정노조 서울지방본부 위원장도 업무상 횡령·배임 및 뇌물공여 등으로 함께 피소됐다. 김 위원장을 통해 회비를 상납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모 전북지방본부 위원장 역시 같은 혐의로 피소됐다.

경찰은 관련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이 위원장 사건을 조만간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로 이첩할 예정이다. 혐의에 대한 증거·증인이 방대하고 이 위원장이 현직 우정공무원이라는 이유에서다.

우정노조를 이끄는 이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노조와 별도로 우정연맹을 출범시켜 초대 위원장에 올라 논란을 빚었다. 우정연맹은 기존 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의 자회사 근로자 등 군소 노조를 묶은 연맹 형태의 단체다.

이후 우정노조 내부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위원장은 60세인 우체국 정년을 앞두고 있어 다음달 치러지는 우정노조 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정연맹을 따로 조직해 정년 제한이 없는 위원장에 올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우정노조 한 관계자는 “이 위원장은 대의원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지도 않았고 위원장 선출 공고문도 없이 스스로 연맹 위원장에 올랐다”며 “연맹 위원장 ‘사퇴 쇼’를 벌일 게 아니라 우정노조의 연맹 탈퇴 및 연맹 해체를 당장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