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산세와 반짝이는 호수가 오롯이 내 것이 된다. 굽이굽이 산자락을 따라 젊음의 물줄기가 흐른다. 자연과 동화된 문화·레저의 도시, 가평으로.
'축제의 섬' 가평 자라섬. /사진=임익순
'축제의 섬' 가평 자라섬. /사진=임익순

S#1. 자라섬

자라처럼 생긴 언덕이 바라보고 있다고 해 붙은 이름, 자라섬. 불과 800m 떨어진 남이섬이 일찍이 관광지로 사랑받은 것과 달리, 자라섬은 허허벌판 황무지로 여겨졌다. 매년 여름 비만 오면 외딴섬 대부분이물에 잠겨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2004년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발판으로, 365일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거듭났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축제의 섬’이라고나 할까. 매년 봄·가을이면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자라섬 남도 꽃정원 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섬을 수놓는다.

캠핑족의 성지이기도 한 이곳은 2008년 세계캠핑캐라바닝대회를유치하며 국제규격의 캠핑 시설을 갖췄다. 오토캠핑장은 사이트 간 간격이 넓어 프라이빗한 캠핑을 즐기기에 제격이고, ‘캠린이’를 위한 모빌홈·캐러밴 등도 구비돼 있다.

경기 가평군 가평읍 달전리 1-1
산책로가 조성돼 쉬어가기 좋은 호명호수. /사진=가평군청
산책로가 조성돼 쉬어가기 좋은 호명호수. /사진=가평군청

S#2. 호명호수

구름이 수시로 넘나드는 산꼭대기 사이, 하늘을 가득 머금은 호수가 장관이다. 한국 최초의 양수발전소인 청평양수발전소 상부에 물을 저장하기 위해 조성한 인공호수로, 그 면적이 무려 15만㎡에 달한다. 호명산의 수려한 산세를 따라 넓게 펼쳐진 저수지가 백두산 천지 부럽지 않다.

호수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 곳곳에는 잠시 쉬어가며 숨 돌릴 수 있는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과일을 나눠 먹으며 두런두런 안부를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이 못내 정겹다.

호명호수는 셔틀버스를 제외한 차량 진입이 금지돼 있다. 상천역에서 호명호수 정상까지 향하는 시내버스를 타거나, 호명호수 주차장에서 편도 약 1시간 거리를 걸어 올라가며 선선한 산바람을 즐길 수 있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호명리 5
여름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이는 쳥평호 . /사진=임익순
여름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이는 쳥평호 . /사진=임익순

S#3. 청평호

운악산·연인산·화악산·칼봉산 등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가평의 북쪽을 지키고 있다면, 남쪽은 청평호가 책임지는 모양새다. 1943년 청평댐 준공으로 만들어진 이 인공호수는 만수 면적 19㎢에 달하는 탁 트인 뷰를 자랑한다. 양쪽으로 솟은 호명산·화야산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가 일품. 창문을 여니 코끝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끝도 없이 높아진 하늘, 푸르른 호수가 가을이 왔음을 말해준다.

수면이 잔잔해 봄부터 가을까지는 모터보트·수상스키·유람선 등 레포츠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인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운치 있는 초겨울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야외 활동이 부담스럽다면 호숫가에 늘어선 카페·맛집으로 눈을 돌려도 좋다.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며 즐기는 커피 한 잔에 눈과 입이 즐겁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 산 13-11
최대 시속 80km로 활강하는 가평  스카이라인 짚와이어. /사진=임익순
최대 시속 80km로 활강하는 가평 스카이라인 짚와이어. /사진=임익순

S#4. 가평 스카이라인 짚와이어

늘 땅에 두 발을 붙이고 살기 때문일까. 인간은 오래전부터 새처럼 날고 싶어 했다. 문명의 이기에 힘입어 이제 사람들은 하늘을 난다. 새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더 빨리, 더 멀리. 가평선착장에 설치된 스카이라인 짚와이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와이어라이딩 시설이다. 640m의 어드벤처 코스는 와이어로프를 타고 최대 시속 80km로 활강한다.

저 멀리 보이던 자라섬이 어느새 나무가 되고 꽃이 된다. 바람을 타고 하늘을 가르며 나아가는 순간만큼은 새의 비행이 부럽지 않다. 자라섬을 휘감아 흘러가는 북한강을 잠시 감상하는 여유도 부려본다. 남이섬 입장료와 선박료가 포함돼 자라섬에 도착하면 전용 선박을 이용해 남이섬으로 갈 수 있다. 패밀리 코스를 택할 경우 남이섬까지 940m를 짚와이어로 이동한다.

경기 가평군 가평읍 북한강변로 1024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전경. /사진=임익순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전경. /사진=임익순

S#5. 에델바이스 스위스 테마파크

입구에 들어서자 빨간 여권이 손에 쥐어졌다. 가평 속 작은 스위스에 입국했다는 징표인 셈이니, 마치 진짜 해외여행이라도 온 듯 가슴이 뛴다. 테마파크라는 이름에 걸맞게 내부는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스위스의 대표 음식인 치즈·초콜릿·와인 박물관부터 알프스 유일의 세계자연유산인 융프라우의 야경을 볼 수 있는 전시관까지 화려한 라인업에 눈이 즐겁다

매주 주말 펼쳐지는 요들송 공연 또한 인상적이다. 요들송을 흥얼거리며 잣나무 숲길을 오르자 나무 그네 하나가 눈에 띈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호젓한 곳에서 발을 구르며 잠시나마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 다락재로 226-57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이탈리아마을 입구. /사진=가평군청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이탈리아마을 입구. /사진=가평군청

S#6. 쁘띠프랑스 & 이탈리아마을

녹음이 우거진 새덕산 자락을 끼고 청평호를 따라 달리다 보면 파스텔톤 건물이 즐비한 쁘띠프랑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파리 남쪽 오를레앙을 본떠 만들어진 이곳은 마을 곳곳에 사랑스러운 전원의 정취가 가득하다. 익숙한 오르골 멜로디가 골동품이 늘어선 벼룩시장을 가득 채우고, 마을 광장에선 흥겨운 마리오네트 공연이 한창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어린 왕자의 위로를 받으며 이탈리아마을로 향하면, 커다란 피노키오가 팔 벌려 맞아준다. 필수 스폿은 뭐니 뭐니 해도 전망대. 오렌지색 지붕 사이로 반짝이는 청평호 전경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호반로 1063
가평양떼목장에서 풀을 뜯는 양들. /사진=임익순
가평양떼목장에서 풀을 뜯는 양들. /사진=임익순

S#7. 가평양떼목장

순박한 눈망울과 복슬복슬한 털에서 짐작할 수 있듯, 양은 성격이 온화하며 무리 생활에 익숙하다. 약 1만 년 전부터 가축화돼 오랜 시 간 인간과 함께했지만, 돼지·소·말 등에 비해 친근한 동물로 여겨지진 않았다. 가평양떼목장에서는 이런 양과 좀 더 가까이서 눈을 맞출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지에서 풀을 뜯는 양 떼, 건초를 건네는 아이의 고사리손, 곡달산과 통방산 사이를 유유히 흘러가는 뭉게구름. ‘평화’라는 단어를 이미지로 기록한다면 바로 이 순간이 제격일지도. 알파카·당나귀와도 차례로 인사를 나눈 뒤 정상에 있는 카페 클라우드힐에 오르면 푸른 목장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경기 가평군 설악면 유명로 1209
다채로운 재료를 얹은 피낭시에를 맛볼 수 있는 나무아래오후N 2호점. /사진=임익순
다채로운 재료를 얹은 피낭시에를 맛볼 수 있는 나무아래오후N 2호점. /사진=임익순

S#8. 용추계곡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아홉 굽이의 그림 같은 경치를 수놓았다. 와룡추·무송암·탁영뢰·고슬탄·일사대·추월담·청풍협·귀유연·농원계 등 9개의 절경지가 옥녀봉을 감싸듯이 흘러 용추구곡 또는 옥계구곡이라고도 한다.

계곡을 따라 6km 정도 올라가면 제1곡이자 가장 유명한 포토존인 와룡추를 만날 수 있다. 5m 높이에서 곧장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 옆 바위의 깊게 파인 자국이 바로 용이 누웠던 자리. 성인도 발이 닿지 않을 정도로 수심이 깊은 탓에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암반을 박차고 흐르는 힘찬 물줄기를 관망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펑 뚫리는 듯하다.

제6곡인 추월담을 지나면 연인산 명품 계곡길이 펼쳐진다. 계곡을 가로지르며 연인산 정상까지 약 14km를 올라가는 완만한 코스로, 우거진 숲길과 시원한 물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경기 가평군 가평읍 용추로 229-41

Editor’s Pick

다채로운 재료를 얹은 피낭시에를 맛볼 수 있는 나무아래오후N 2호점. /사진=임익순
다채로운 재료를 얹은 피낭시에를 맛볼 수 있는 나무아래오후N 2호점. /사진=임익순
나무아래오후N 2호점
사장님보다 먼저 인사를 건네는 ‘댕댕이’를 봐도 놀라지 말라. 반려동물 동반카페인 이곳은 이 정도 외출은 익숙한 듯 늠름하게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강아지로 가득하다. 물론 수준급의 베이커리도 만날 수 있다. 솔티 초코·레몬·무화과 크림치즈·옥수수 등 다채로운 재료를 얹은 피낭시에가 대표 메뉴. 촉촉한 버터 향이 입을 가득 메운다.
직접 짠 원유로 만든 프롬밀크의 유제품. /사진=임익순
직접 짠 원유로 만든 프롬밀크의 유제품. /사진=임익순
프롬밀크
상큼한 그린 블라인드와 대비되는 젖소 일러스트를 담은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내부는 더 놀랍다. 통유리를 통해 원유를 살균하고 유제품을 제조하는 과정까지 모두 지켜볼 수 있다. 모든 유제품은 가평 칠학골 수흥목장에서 하루 두 번, 직접 짠 원유로 만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