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와 폭력의 온상인 것 같지만, 할리우드는 사실상 60여년 동안 산업 내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을 검열하고 통제해왔다. 1900년대 초부터 새로운 발명이자 인류 최초의 영상 엔터테인먼트인 ‘영화 (motion pictures)’ 가 급속도로 성행하기 시작하면서 학부모 단체와 종교 단체와 같은 보수층은 영화가 재현할 주제와 이미지에 촉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로이스 웨버 감독의 <내 아이들은 어디 있는가?> (1916)라는 작품은 당시 불법이었던 낙태 수술이 영화의 소재로 등장한다는 이유로 펜실베니아를 포함한 많은 주의 보수 단체들에 의해 보이콧과 상영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종류의 집단 보이콧이 늘어나자 할리우드는 ‘자진 제작 코드’ (self-production codes)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영화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Don’ts and Carefuls” (하지 말 것과 주의해야 할것) 이라는 권고사항 리스트를 체계화 시킨 이 코드는 영화가 다루어서는 혹은 재현해서는 안되는 주제와 장면들을 명시한 산업 내의 규제 정책이었다. 예컨대 영화가 만들어지면 검열 오피스로 필름이 보내지고 담당자들은 (주로 종교단체의 수장들과 검열 오피스의 수장으로 이루어진) 삭제 하거나 수정할 부분들을 메모로 써서 다시 보내는 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검열을 통과하면 붙여주는 인장
검열을 통과하면 붙여주는 인장
종교적인 가치와 아이들을 보호하겠다는 이유였지만 검열의 실체는 대중문화, 즉 영화의 표백이나 다름이 없었다. 예컨대 검열 오피스의 장이자, 충실한 카톨릭 신자였던 조셉 브린 (Joseph Breen) 은 하워드 휴즈 감독의 <무법자> 의 영화 포스터 속 제인 러셀의 가슴 사이즈가 너무 커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영화를 보이콧 하기도 했다 (제인 러셀이 남다르게 독실한 카톨릭 신자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더욱 아이러니하다).

이렇듯 검열의 횡포가 커지면서 하워드 휴즈를 포함한 몇 몇 감독들은 검열에 강한 불신과 저항을 표현했고, 우드 스탁과 베트남전의 정점이 지나는 1960년대를 넘어 검열이 요구하는 ‘구닥다리’ 가치는 더 이상 관객도, 할리우드의 젊은 제작자들도 설득시키지 못했다. 마침내 1968년, 할리우드는 검열의 시대를 종결하고 ‘등급제’ 즉, Rating System 으로 전면 전환한다. 예상가능한 대로, 검열의 시대가 끝난 할리우드에는 자극적이고 비관습적인, 다시 말해 폭력과 섹스, 금기와 욕망이 가득한 영화들이 문자 그래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워드 휴즈의 <무법자> (The Outlaw)
하워드 휴즈의 <무법자> (The Outlaw)
돈 시겔 감독의 <매혹 당한 사람들>은 바로 오랜 통제의 시간이 끝난 할리우드에서 물 만난 감독들이 만들어 낸 ‘해방 프로젝트’ 중 하나다. 영화는 남북 전쟁 중인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부상을 입은 북군 장군 존 맥버니(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남부의 10대 소녀에게 구출 당한다. 소녀는 존을 자신이 생활하는 여학생 기숙학교로 데려가고 학교의 여선생들과 여학생들은 북부출신의 남자 군인의 출현에 모두 놀란다.

시간이 흘러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회복되기 시작할 무렵, 학교 사람들은 존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다. 특히 여학생들은 한 명씩 존을 유혹하기 시작하고, 존 역시 이들의 유혹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존은 학교에 있는 거의 모든 학생들과 잠자리를 하게 되고 여학생들 사이에는 질투극이 벌어진다. 특히 학교의 교장, (파멜린 페르딘)은 더더욱 존에게 집착하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존은 학교를 떠나기로 한다.
스틸 사진 존과 유혹하는 여학생
스틸 사진 존과 유혹하는 여학생
영화의 반전은 여학생들과 교장이 존의 방출(?)을 극도로 거부하면서 펼쳐진다. 여학생들은 그가 계속 그들의 성적 노리개가 되어 학교에 남아 주길 바라고 교장 역시 학생들의 뜻에 동참 하면서 이들은 존을 붙잡아 놓기 위한 수술을 감행한다.
스틸 사진 수술대에 오른 존
스틸 사진 수술대에 오른 존
줄거리를 쓰면서도 다시 느끼지만 정말로 파격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마쵸 장르의 원조격인 웨스턴과 액션 영화의 장인, 돈 시겔 (<더티 해리>1971, <마지막 총잡이>1976)의 손에서 이 영화가 태어났다는 것이 놀라운 것은 그의 페르소나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한 없이 나약하고, 어리석은 군인으로 등장하기 떄문이다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는 여러가지 시대적 기운이 느껴진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핍박 받아 온 영화 창작자의 한 맺힌 분풀이가, 그리고 1970년대를 지배했던 2차 페미니즘 운동이 그것이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