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은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SOAS)과 ‘지속 가능한 구조변화 연구소(CSST)’ 문을 열었다(사진)고 25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CSST를 통해 아프리카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공급망·재생에너지·광물자원·인프라 개발 관련 연구를 SOAS와 함께 할 계획이다. 연구는 SOAS 경제학과 소속 장하준 교수가 주도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 1t 트럭 대표주자인 포터와 봉고 생산 확대를 추진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불황형 차’로 통하는 두 차종의 수요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를 위해 두 차종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최대 주 64시간에 이르는 특별연장근로에 들어갔다. 글로벌 공급난이 극심하던 코로나19 이후 현대차그룹 부품업체가 특별연장근로에 들어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 상반기 최대 생산 방침”2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변속기를 생산하는 현대트랜시스 지곡공장은 지난 15일부터 특별연장근로에 들어갔다. 현대차 포터와 기아 봉고 LPG(액화석유가스) 후륜 모델에 들어가는 자동변속기 생산 라인이 대상이다. 회사 측은 노조에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면서 변속기가 필수인 내연기관 수요가 늘었고, 하반기에 경기가 둔화하면 소형 트럭 수요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할 수 있는 한 ‘최대 생산’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특별연장근로는 기업이 업무량 폭증이나 재해·재난, 연구개발(R&D)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주 5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직원 동의와 고용노동부 승인을 받으면 1주일에 최대 12시간씩 최대 3개월간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주 52시간 이내에서 운용하는 휴일 특근만으로는 생산 확대에 대응할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그만큼 큰 폭의 수요 증가를 예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LPG 교체 수요에 불황 여파도요즘 포터와 봉고는 ‘없어서 못 파는’ 지경이 됐다. 이달 1일 기준 포터 출고 대기 기간은 4개월, 봉고는 2~3개월이다. 지난해 11월 포터·봉고 LPG 모델이 출시되기 전만 해도 전기 모델은 2~3주만 기다리면 받을 수 있었다. 수도권의 한 현대차 대리점 직원은 “지난달엔 신차 구매 문의의 절반 이상이 포터였을 정도”라며 “당장 차가 필요하다며 중고차 시장으로 발길을 돌린 손님도 많았다”고 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1월 포터와 봉고 중고차는 각각 1만1070대, 6393대 거래돼 3위 모닝(3950대)과 격차가 컸다.대기 수요의 대부분은 LPG 모델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11월 포터와 봉고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LPG 엔진을 얹은 새 모델을 출시했다. 올 1월 1일부터 시행된 대기환경개선특별법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포터와 봉고가 주로 쓰이는 택배용 차의 경유차 신규 등록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신 LPG 모델 구매 독려를 위해 기존에 타던 디젤차를 폐차하고 LPG 트럭을 새로 사면 최대 9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이에 따른 LPG 트럭 교체 수요가 몰리면서 포터·봉고 LPG 모델은 작년 말 출시 1주일 만에 계약 대수 합산 3만 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가 기존에 계획한 월 생산 대수는 포터 6000대, 봉고 4000대에 불과하다. 수요에 한참 못 미친다.짙어지는 불황의 그림자도 포터와 봉고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생계형 차로 주로 쓰이는 포터와 봉고는 불황일수록 판매량이 늘곤 했다. 최근엔 비대면 물류 시장 확대로 실직이나 은퇴 후 배달·택배업에 진출하는 사람이 늘면서 소형 트럭 수요는 더 증가했다. 업계에선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 하반기까지 이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연초 특별성과급을 올해부터 재검토한다. 연초에 지급하는 대신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사항으로 넣겠다는 게 골자다.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23일 자사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올해엔 지난 2년간의 특별성과급 지급 방식을 전환해 총 성과 보상 관점에서 임금 교섭을 진행하겠다”며 “교섭을 최대한 조기에 마무리해 성과 보상이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송호성 기아 사장도 이날 이메일 담화문에서 “기존 보상체계와 다른 특별격려금을 지급한 바 있으나 예상하지 못한 여러 이슈가 발생해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단체교섭에서 합리적인 보상이 될 수 있도록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특별성과급은 노사 임단협에 따라 정해지는 일반성과급과 달리 경영진이 재량으로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연초 특별성과급(400만원)을 처음 지급했다. 2021년 말 연구·사무직군 일부 고성과자에게 500만원의 ‘탤런트 리워드’ 격려금을 지급하자 생산직 노조가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양사는 지난해에도 1인당 600만원 상당의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지난 2년 동안 연초 특별성과급이 지급되자 양사 노조는 이를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경영 실적 발표에 고무된 양사 노조는 이미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한 상황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임단협은 통상적으로 3월에 시작해 9월께 마무리된다.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현대자동차그룹이 2032년까지 브라질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 중인 ‘친환경 모빌리티 사업’의 중남미 거점으로 키운다. 이를 위해 수소차 관련 연구개발(R&D)은 물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사업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도 브라질에서 벌이기로 했다. 또 점점 커지는 브라질 전기차시장을 잡기 위해 아이오닉 5, 코나 일렉트릭, EV5 등 인기 전기차 3개 차종을 연내 투입하기로 했다.○브라질에 1조5000억원 투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브라질 대통령 집무실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면담하고 “브라질에 2032년까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제랄도 알크민 브라질 부통령 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COO·최고운영책임자) 등이 함께했다.현대차그룹의 핵심 투자 대상은 전기차, 수소 등 친환경 분야와 AAM, SMR 등 미래기술이다. 브라질 정부가 ‘브라질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연내 확정하기로 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브라질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에 따라 지난해 12월 탈탄소 분야에 투자하는 자동차 회사에 총 190억헤알(약 5조1000억원) 규모의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룰라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친환경 수소 분야와 기술에 투자할 현대차는 브라질에 중요한 기업”이라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을 밝히며 “미래가 있는 안정적인 국가에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이에 “수소 및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기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참여하겠다”고 화답했다.정 회장은 룰라 대통령에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인 AAM 사업과 도심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SMR 사업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AAM은 브라질 교통환경에도 적합한 미래 교통수단”이라며 “SMR 분야 협력도 희망한다”고 말했다. AAM은 현대차그룹이 이 사업을 벌이기 위해 미국에 세운 슈퍼널이 이끌고 SMR은 현대건설이 주도한다.○브라질에 올해 전기차 3종 출시브라질은 2022년 기준 세계 7위 인구대국(2억1000만 명)에 세계 11위 경제대국(국내총생산 1조9200억달러)이다. 중남미에선 경제 규모가 가장 크다. 그만큼 자동차 시장도 크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자동차 내수시장을 갖췄다. 완성차 생산량으로 따지면 세계 8위다.현대차가 중남미의 유일한 생산거점을 브라질에 둔 이유다. 현대차는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 있는 공장에서 매년 21만 대 안팎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의 브라질 시장점유율은 12%(2022년 기준 18만7000대)로 4위에 올라 있다. 이 공장을 확장하거나 브라질에 신규 공장을 지을지는 이번 투자계획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현대차는 일단 브라질 시장점유율 확대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점점 수요가 늘고 있는 전기차를 투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구형 코나 일렉트릭만 소규모로 팔고 있는데, 연내 아이오닉 5와 신형 코나 일렉트릭을 내놓기로 했다. 기아도 올해 양산 예정인 EV5를 브라질에 선보이기로 했다.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