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보면 과속단속 구간에만 제동…공포심 일으킬 행위 아냐"
22년 교통법규 위반 없던 운전자의 '보복운전', 2심서 무죄로
급제동 보복운전을 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40대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2년간 교통법규를 한 번도 위반한 적이 없었던 운전자가 과속 단속을 피하고자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행위가 협박죄 성립에 요구되는 공포심 촉발·해악의 고지 의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사건이 벌어진 것은 2021년 6월 4일이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7시25분 서울 광진구 동부간선도로에서 A씨가 3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던 중 거의 동시에 1차로에서 2차로로 들어오던 B씨와 사달이 났다.

검찰은 A씨가 양보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B씨에게 협박성 위협운전을 했다고 보고 A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A씨는 2차로를 선점한 B씨를 추월해 전방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 위협했고, 뒤에서 B씨가 차로를 변경하자 따라 차로를 변경해 다시 속도를 급히 줄이는 등 협박성 급제동을 반복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직권으로 이 사건을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공판절차를 통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이같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1심은 최초 2차로에 B씨가 먼저 진입하고는 양보해주지 않은 시점에 A씨의 욕설이 블랙박스에 녹음된 점에 주목했다.

이는 B씨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것으로, B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면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수협박죄가 인정된다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판단처럼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그대로 선고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세밀히 재구성한 2심의 판단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급제동 상황을 총 3차로 구분했다.

1차 제동 당시는 두 차량의 속도가 빠르지 않았고 부딪힐 정도로 근접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앞지르기에 B씨가 경적을 울려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재판부는 봤다.

2·3차 제동은 블랙박스에 담긴 도로 영상이나 내비게이션 경고 소리를 종합하면 과속단속구간이나 제한속도표지판이 있던 곳에서만 했다는 점도 인정됐다.

A씨가 1999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이후 2021년까지 22년 동안 교통법규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제한 속도를 넘기지 않으려 제동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2심은 판단했다.

A씨는 마지막 급제동이 추월에 화가 난 B씨가 자신을 쫓아온다고 느껴 추월해가라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는데, B씨의 블랙박스 소리를 분석한 결과 A씨가 차로를 변경하거나 깜빡이를 켜자 뒤따르던 B씨도 깜빡이를 켰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앞으로 끼어들면서 약간의 시비가 있던 상황에서 제동해 B씨가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느낄 수는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넘어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상고함에 따라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