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문연 스마트공장…지속가능성·유연성·디지털화·효율성 핵심
내연기관·전기차 등 다차종 생산가능…MO360 등으로 디지털화 선도

자동차 공장이지만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소리나 금속이 맞물리며 내는 조립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제조업 공장 특유의 윤활유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또 천장 곳곳의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전등 불빛에만 의존해 어두컴컴했던 다른 자동차공장과 차별화됐다.

여기에다 인형뽑기기계의 집게처럼 생긴 로봇은 천장에서 수백㎏에 달하는 차체를 들어 올려 조립공정으로 옮기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은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수시로 '움찔'했지만, 공장 직원들은 보호장비 하나 없이 작업에 몰두했다.

[르포] 벤츠 미래전략 집약된 팩토리56…최고 효율은 인간 중심 자동화
지난 22일(현지시간) '메르세데스-벤츠의 고향'이라 불리는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진델핑겐에 있는 팩토리56을 찾았다.

팩토리56은 벤츠가 2020년 축구장 30개 크기인 22만㎡ 부지에 문을 연 스마트공장이다.

이 공장이 문을 연 2020년은 코로나19의 파고 속 전 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추진되고, 자동차업계의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된 시기였다.

여기에 제조산업의 디지털화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는데, 팩토리56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모두 반영해 가동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이 공장은 벤츠가 전동화 시대를 맞아 내놓은 미래 전략이 집약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기자들을 맞은 팩토리56의 마이클 바우어 담당은 "벤츠는 미래를 위해 이 공장에 총 21억유로(약 3조원)를 투자했다"며 "공장은 지속가능성과 유연성, 디지털화, 효율성이라는 4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포] 벤츠 미래전략 집약된 팩토리56…최고 효율은 인간 중심 자동화
먼저 지속가능성과 관련해선 공장 외관에서부터 벤츠의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재활용 콘크리트로 지어진 팩토리56의 지붕에는 1만2천개의 모듈을 포함한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장착됐다.

이 시스템으로 연간 전력 사용량의 30%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팩토리56의 지붕은 40%가 녹지로 조성됐고, 길이 1m·최대 깊이 17m·직경 3m의 빗물 보관시스템도 갖췄다.

이 빗물은 오염물과 분리돼 산업용수 등으로 사용된다.

아울러 100%는 아니지만, 공장 내에서는 종이를 쓰지 않는 '페이퍼리스' 제도를 운용 중이다.

그 결과 매년 10t의 종이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바우어 담당은 전했다.

[르포] 벤츠 미래전략 집약된 팩토리56…최고 효율은 인간 중심 자동화
팩토리56의 두 번째 특징인 유연성은 생산하는 차종의 다양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공장은 고급 모델에 한정되긴 했지만, 마이바흐와 S클래스, EQS, AMG를 생산한다.

가솔린과 디젤을 아우르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전기차를 모두 생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그만큼 생산시스템 전환이 빠르다는 것인데 그 결과 동력장치 조립 구역에서는 EQS에 들어가는 커다란 모터 뒤로 S클래스의 직렬 6기통 엔진이 조립되는 희한한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하나의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소수 모델에 한정해 동일한 공정이 진행되는 다른 자동차공장과 비교되는 점이다.

[르포] 벤츠 미래전략 집약된 팩토리56…최고 효율은 인간 중심 자동화
팩토리56은 앞선 디지털 기술을 선보이며 스마트공장으로서의 면모도 뽐내고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400여개의 무인운반로봇(AGV)으로, 이 로봇들은 바닥에 매설된 마그네틱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작업자에게 맞춤형 부품을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AGV가 경량 부품만을 운반하는 다른 공장과 달리 팩토리56의 AGV는 범퍼, 도어 등 중량이 나가는 부품들도 실어날랐다.

이 로봇들은 사람 등 장애물을 인식하면 간격을 두고 멈추기도 했다.

여기에다 흡사 인형뽑기기계처럼 천장에 설치된 집계 모양의 로봇은 도어가 부착되지 않은 차체를 작업자 머리 위에서 쉴새없이 운반하고 있었다.

전 세계 공장의 생산 정보를 통합한 'MO360'(Mercedes-Benz Operation 360)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팩토리56의 핵심 중 하나다.

이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 벤츠 공장의 공급망 정보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부품 공급이나 수요·공정 상황에 따라 생산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빅데이터·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오류를 예측하고, 사고도 방지한다.

[르포] 벤츠 미래전략 집약된 팩토리56…최고 효율은 인간 중심 자동화
공장의 마지막 특징인 효율성은 로봇이 아닌 인간인 작업자의 능률을 최대화하는 데 맞춰졌다.

대표적인 것이 하부조립 공정으로, 이 라인에서는 차체가 지면 위로 120도가량 들어 올려져 있었는데 이는 직원들의 작업 편의를 위한 것이었다.

기존에는 하부 조립을 위해선 머리를 들고 손을 위로 뻗어야 했지만, 이 방식으로는 정면을 보고 작업할 수 있어 직원들의 불편함이 크게 줄어든다.

거기에다 점심시간 식당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줄여주기 위해 공장 곳곳에는 푸드트럭이 세워져있기도 했다.

또 팩토리56의 직원 3만5천명의 평균연령은 예상보다 높은 49세였다.

높은 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시간을 들여 축적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이러한 기술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자동화가 가장 최고의 효율성이라는 벤츠의 철학이 드러난 셈이다.

바우어 담당은 "직원들을 쓴다고 자동화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로봇 등 기계보다 숙련된 직원을 통해 (공정이) 더욱 빠르고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르포] 벤츠 미래전략 집약된 팩토리56…최고 효율은 인간 중심 자동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