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또 적자 낸 한화오션…증권가 평가도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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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에 대한 증권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기대 이하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는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수익성을 위한 선별 수주에 나서고 특수선 분야로 역량을 집중하는 데 대한 기대가 있지만, 이 과정에서 성장이 정체돼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일회성 손익 감안해도 ‘어닝 쇼크’…“실적 전망 하향” vs “구조적 변화 감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한화오션은 1.81% 내린 2만17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진행된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한 컨퍼런스콜에 대한 실망 때문입니다.

한화오션은 작년 4분기 4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드릴십 인도 및 매각 관련 이익 1100억원, 특수선 분야 소송 승소에 따른 지체상금 환입 530억원의 일회성 이익과 생산 안정 비용 2200억원의 일회성 손실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 수준이라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295억원 흑자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생산 안정화 비용은 외주업체에 특별 지원금을 주거나 생산 단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반영한 비용입니다. 하지만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생산성 개선 폭이 미미하고, 비용은 경쟁사에 비해 너무 크다“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컨퍼런스콜에서는 생산 안정화 비용이 올해 1분기에도 지출될 가능성이 언급됐다고 합니다.

기대 이하의 실적이 나온 데 따라 한화오션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기존 3만800원에서 3만100원으로 하향됐습니다. 삼성증권(2만9000원→2만8000원), 메리츠증권(3만원→2만6000원), 다올투자증권(2만7000원→2만5000원)이 실적 전망치 하향에 따라 목표주가도 내렸기 때문입니다.

다만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매출액 및 손익구조 변경 공시를 통해 한화오션의 작년 연간실적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작업장 건조 효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만7000원에서 3만원으로 올렸습니다. 컨테이너선을 수주하지 않은 대신 관련 부품을 만드는 중국법인이 경쟁사에 납품하도록 하고, 역점을 두는 친환경에너지 운반선 관련 계열 협력사에는 추가로 출차한 행보를 높이 산 겁니다.

작년 수주 부진 놓고도…“수주잔고 충분” vs “수익성 개선 지연”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과거 ‘저가 수주 경쟁의 주범’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죠. 이로 인해 작년 수주 실적은 35억달러에 그쳤습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1년과 2022년 수주 실적이 이미 210억달러로, 작년의 수주 부진은 큰 문제가 아니다”고 평가합니다. 그는 “경쟁사 대비 수주 속도가 느리지만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막바지 협의 중이고,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과 초대형 유조선(VLCC)의 발주 관련 문의도 많아졌다”며 “연말까지 수주 회복 속도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주잔고 내 선가가 높은 물량의 비중이 경쟁사보다 작기 때문에 당분간 경쟁사 대비 수익성 개선 속도가 느릴 수 있다”며 “올해 수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재개하더라도 당장 올해와 내년 수익성에는 부정적 영향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부터 수주·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나왔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무리한 수주에 나서지 않겠다는 취지에도,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최광식 연구원은 “수주 가이던스는 이해하지만, 매출 가이던스까지 공개하지 않는 건 영업이익까지 공정공시하는 경쟁사의 자신감과 비교된다”며 “투자자들의 판단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