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광교신도시 일대의 아파트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원 광교신도시 일대의 아파트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급물량이 쏟아지면서 주춤했던 경기도 수원 부동산 시장에서 놀랄만한 소식이 터졌다. GS건설이 영통구 영통동 961의 11일대에 짓는 ‘영통자이 센트럴파크’가 1순위 청약을 받았는데, 368가구를 모집하는데 4442개의 통장이 몰린 것이다. 평균으로만 따져도 12대 1이 넘어가는 경쟁률이다.

최근 수원 시내에서 9억원가량(전용면적 84㎡)에 분양됐던 아파트가 무더기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위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영통 한복판에 들어서는 분양가 10억원의 아파트에 대거 통장이 몰리면서 수원의 주요 커뮤니티나 부동산 관련 단체채팅방은 뜨거운 분위기가 나왔다. "삼성맨들 대단하다", "역시 입지는 못 이기는구나", "이것저것 다하면 11억은 될텐데, 영통은 역시 다른가보다" 등이었다.

21일 청약홈에 따르면, 전용면적 84㎡로만 구성된 영통자이 센트럴파크의 4개 주택형에 4442명이 1순위 청약을 했다. 368가구를 모집하다보니 평균경쟁률은 12대 1이 됐다. 특히 발코니를 3면으로 확장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힌 B형의 경우 46가구를 모집하는데 1351개의 통장이 몰려 29.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만 예비당첨자를 5배수까지 받아놔야 하기에 C주택형은 이날 2순위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수원시 영통지구 일대의 아파트와 '영통자이 센트럴파크'가 들어설 부지의 전경/ 사진=김하나 기자
수원시 영통지구 일대의 아파트와 '영통자이 센트럴파크'가 들어설 부지의 전경/ 사진=김하나 기자
영통구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젊은 지역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협력업체들까지 포진해 있다보니 연봉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1990년대 조성된 택지인 영통지구가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를 비롯해 학원가, 각종 생활인프라가 풍부한 게 특징이다. 다만 아파트가 노후화되다보니 같은 영통구 안에서도 광교신도시로 이동하기도 한다. 그만큼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큰 곳이기도 하다.

특히나 영통자이 센트럴파크가 들어설 자리는 영통지구 조성시 병원부지로 비워져 있던 곳이다. 영통을 지나다니거나 살아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입지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던 역세권 노른자 땅에 새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통은 고층의 노후한 아파트가 주를 차지하다보니 재건축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다, 광교의 새 아파트들은 최근에도 실거래가가 15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단지 주변에는 영통초, 영일중, 영덕고교 등 반경 1km 내 10여개의 학교가 있다. 수원시립영통도서관과 영통 학원가 등도 이용 가능한 거리에 있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홈플러스(수원영통점), 롯데마트(영통점) 등이 있다. 수영, 골프 등 다양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원체육문화센터도 근처에 있다. 13만7062㎡ 규모의 영통중앙공원이 바로 인접해 있고 영흥숲공원(50만1937㎡)도 바로 있다. 수원가정법원,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등의 관공서가 주변에 있다.
'영통자이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온 전용면적 84㎡B형 모델하우스의 주방. / 사진=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영통자이 센트럴파크'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이 나온 전용면적 84㎡B형 모델하우스의 주방. / 사진=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수원 부동산 시장, 특히 분양시장은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었다. 시내권에 재개발 아파트들이 잇달아 공급됐지만 주택형별 미달이 속출했고, 이는 미계약을 이어졌다. 최근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건 '매교역 팰루시드'(2178가구)였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 코오롱글로벌 등 3개 사가 권선구 세류동 권선6구역을 재개발한 아파트다.

매교역 팰루시드는 수인분당선 매교역과 바로 붙어있는데다 삼성물산의 시공, 주변에 이미 입주한 아파트들과 미니신도시급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9억원의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았고, 3년전 분양가 보다는 50%가량 비쌌다. 최근 진행됐던 계약에서 계약률은 30%대로 곤두박질쳤다. 일반분양으로 나온 1234가구 중 829가구가 남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나마 당첨자라도 잡기 위해 '계약조건안심보장제'를 내걸고 있다. 향후 분양조건이 변경되면 기존 계약자도 같은 조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소급한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상황은 좋지 않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반되는 분위기에 평가도 엇갈린다. 시장의 회복 신호라고 보기에는 개별 아파트의 청약선전일 뿐이라는 의견이다. 영통에서 20년 이상 중개거래를 했다는 김모씨는 "두 아파트는 입지 자체가 큰 차이가 난다"며 "부동산 회복의 신호로 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원에서 자녀들 키우다보면 영통이나 광교 들어갈 생각을 하는데, 광교는 너무 비싸고 가성비는 영통이다"라며 "장기간 살거 감안하면 당연히 새 아파트 생각하지 않겠냐"고 전했다.

매교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교역 팰루시드는 워낙 작은 면적들이 많다보니 미분양이 많이 난 것 같다"며 "입주가 2년도 더 남았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한다고 가정하면 어쨌든 다 팔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화서역에 스타필드도 생기고 수원역 주변에 워낙 놀거리나 볼거리가 잘 조성됐다보니 젊은 부부들 중심으로 전화는 꾸준히 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수원에서는 올해도 정비사업, 택지지구 등을 통해 아파트가 잇달아 공급될 예정이다. 대방건설이 이목지구 2개 블록에 2513가구를 공급하는 것을 비롯해 매탄동 영통2구역 재건축, 인계동 신반포 아파트 재건축 등이 대기하고 있다. LH도 당수지구에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