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 2023에서 관람객들이 한국 이목하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한경DB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트바젤 홍콩 2023에서 관람객들이 한국 이목하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한경DB
“과거엔 단색화 등 ‘개척자’가 많았고, 오늘날엔 흥미로운 ‘젊은 작가’가 넘쳐요. 한국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데는 넓은 작가 스펙트럼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트바젤 홍콩의 총괄디렉터 앤절러 시양 리(사진)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미술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2011년부터 아트바젤 홍콩에 합류해 행사의 시작과 성장,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모두 겪었다. 2022년 11월부터는 총괄디렉터로 선임돼 행사를 이끌고 있다. 아트바젤 홍콩 2024는 다음달 26일 VIP 오픈을 시작으로 30일까지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리 디렉터는 아트바젤 홍콩 2024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한국 20개 갤러리 참가

앤절러 리 총괄디렉터 "韓 작가는 아트바젤 홍콩에 없어선 안 될 존재"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방역 조치 해제 이후 팬데믹 전과 같은 규모로 열리는 첫 번째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리 디렉터는 “올해 아트바젤 홍콩이 승부처”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방역 해제 직후였기 때문에 관객과 갤러리가 많이 참가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올해 홍콩에서는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팬데믹 이전보다 규모를 더욱 키웠다”고 설명했다. 올해 페어엔 40개 국가에서 242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37% 증가한 것이다.

리 디렉터는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미술품 거래뿐만 아니라 볼거리를 늘리는 데 총력을 다했다”고 했다. 특히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의 공이 매우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만 20곳의 갤러리가 참가하는데, 전체 참가 갤러리의 10%에 달하는 규모”라며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은 이제 아트바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했다. 7곳의 국내 갤러리가 참가한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60개 갤러리가 참가해 가장 큰 규모로 열리는 아트바젤 홍콩의 자랑 ‘인카운터 섹터’의 오프닝도 한국 작가가 맡았다. 인카운터 섹터는 대규모 조각과 설치작품만 모아 선보이는 섹션이다. 지난해 작가 이불의 대형 비행선 작품 ‘취약할 의향’을 띄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가장 주목받는 ‘인카운터 섹터’를 한국의 거장 양혜규의 작품으로 연다”며 “운송비가 몇 배로 드는 대형 설치미술작 특성상 단 1주일만을 위해 홍콩으로 작품을 들여온 양혜규와 국제갤러리에게 감사를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양혜규는 이번 페어만을 위해 대형 설치작을 새로 제작했다.

○한국 작가 이미 세계 시장 중심

리 디렉터는 한국 작가들이 이미 세계 시장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넓은 아티스트 풀이 부럽다”고 입을 뗀 그는 홍콩과 다른 점으로는 ‘정통성’을 꼽았다. 그는 “홍콩은 모든 예술이 만나 섞이는 ‘멜팅폿’ 같지만, 한국은 정체성이 뚜렷하다”며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 두 국가의 역할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로 경쟁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주목하는 한국 작가는 박서보다. 리 디렉터는 “지난해 작고한 박서보의 작품을 보러 오겠다는 세계 관객들이 넘친다”며 “조현화랑이 가지고 올 박서보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리 디렉터는 아트바젤, 프리즈 같은 글로벌 아트페어는 한 국가의 예술시장 발전과 세계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존재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열린 아트바젤 홍콩에 한국 컬렉터가 많이 찾아와 놀랐다”며 “프리즈 서울이 상륙한 이후로 한국 미술시장과 작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확 커졌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