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출발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따라잡기 위해 ‘업계 최고 대우’를 내걸고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배터리업계에선 SK온이 이미 복수의 자동차 회사들과 원통형 배터리 납품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했다.

1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지난 15일 셀·설비·공정·부품 등 배터리 제조 전 과정에서 일할 경력 직원 및 신입 박사 채용 공고를 냈다. 특이한 건 채용 규모와 채용 기간을 따로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력 있는 사람이 지원하면 언제든 뽑고, 당초 계획한 정원이 다 찼더라도 추가로 채용하겠다는 의미다. 급여도 업계 최고 수준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은 셀 개발 부문에선 원통형 및 각형 배터리 개발 경력자를 우대하기로 했다. 제품군을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에서 다각화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에서 원통형과 각형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LG엔솔과 삼성SDI 직원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경쟁사 인재 영입을 통해 R&D 분야를 강화하겠다고 선전포고한 셈”이라고 말했다.

SK온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영입 대상은 지름 46㎜의 원통형 배터리 개발 경험이 있는 연구인력이다. LG엔솔과 삼성SDI가 각각 올 8월과 2026년에 내놓기로 한 제품인 만큼 두 회사 관련 인력이 1차 영입 대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지난해 하반기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엔솔과 삼성SDI가 일찌감치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을 때도 파우치 하나만 밀어붙인 SK온이 최근 전략을 바꾼 건 원통형 배터리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작년 상반기 기존 원통형 배터리보다 크기와 용량을 대폭 키운 4680(지름 46㎜×길이 80㎜) 배터리 생산에 성공한 데다 BMW 등 여러 완성차 업체도 원통형 배터리 장착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배터리는 기존 제품 대비 에너지 밀도는 다섯 배, 출력은 여섯 배 개선돼 전기차 주행거리를 최대 20% 늘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